컨텐츠 바로가기

01.04 (토)

與野 요구 하나씩 수용한 ‘최상목의 선택’… 정치권에 타협 메시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판관 2명 임명, 2개 특검 거부

조선일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여야가 임명에 확실하게 합의한 2명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31일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인 중 2명을 임명하고 내란·김건희 일반 특검법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것은 여야가 두 사안을 두고 정면 대립하는 상황에서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쪽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함으로써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 타협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모두 100% 만족은 못 하겠지만 이제 권한대행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정치의 묘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가운데 조한창(국민의힘 추천)·정계선(민주당 추천) 후보자를 우선 임명하면서, 마은혁(민주당 추천) 후보자 임명은 보류했다. 여야 간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동안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3명 즉각 임명을, 국민의힘은 임명 보류를 요구해 왔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자, 민주당은 지난 27일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기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재판관 임명을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직전까지 여러 버전의 원고를 준비하며 고심했다”며 “결국 ‘3인 중 2인 임명’이라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방침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최 권한대행은 내란·김건희 특검 법안과 관련해서는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21·22대 국회에서 정부가 세 차례나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 위반,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훼손 등의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고 국회 재의결을 통해 모두 부결돼 폐기됐는데도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특검 법안이 또다시 정부로 이송됐다”고 했다. 내란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하겠다며 14가지를,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15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두 특검 법안 모두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권을 독점하도록 한 것도 독소 조항이란 논란이 일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그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실물 경제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제·민생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여야의 반목과 갈등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여야는 그동안 무한 대립을 반복해 왔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말부터 김 여사 특검법을 일방 처리했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부결로 맞섰다. 이미 세 차례나 ‘민주당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 부결→법안 폐기’를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 12일 수사 대상을 15가지로 대폭 늘린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이날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조만간 국회에서 네 번째 재표결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여야가 수정안 발의 등을 통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표 단속을 통한 재표결 부결·폐기 외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았던 국민의힘에서도 특검법 수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쌍특검법 수정 협상 가능성과 관련해 “야당과 관련한 협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요구해온 민주당도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6인’ 체제에서 벗어나 ‘8인 체제’로 탄핵 심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된 만큼 쌍특검이나 헌법재판관 1명 추가 임명 문제에서 좀 더 유연한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