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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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탄핵소추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방향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정당정치와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의원내각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부터 대통령제를 유지하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계엄의 중심에 섰던 군과 대통령의 꼭두각시라는 평가를 받는 검찰·감사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거제 개혁해 양당 지역체제 무너뜨려야”
학자들 중 일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대통령에게 명목상 국가 원수 역할만 맡기는 의원내각제를 꼽았다. 내각제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나 정당연합이 정부를 구성하고 행정부 수반(총리)을 지명한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가 원수와 행정부 수장을 분리해야 한다”며 “의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해 입법과 행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비례대표제를 통해 3개 당 이상이 경쟁하게 하면 다수당 독재가 아니라 합의와 협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착한 권력은 없다. 권력자의 선의에 기대지 말고 시스템으로 권력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며 내각제에 힘을 실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대통령제는 도박적이어서 나쁜 사람을 뽑으면 이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며 “국민은 아직 신뢰하지 않지만 내각제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내각제를 하려면 국회의원에 대한 엄청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여당은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키고 내란이 아니라고 한다. 스스로 내각제 개헌의 근거를 발로 차버렸다”며 “국민은 탄핵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통령제를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주장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의 행정 독주와 국회 다수파의 입법 독주, 양당의 정치양극화 남용을 막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상하 양원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순수한 대통령제로 가면 과도한 대통령 권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의 탈을 쓴 내각제”라며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고 예산 편성권과 감사원을 국회로 주고, 대통령의 여당 공천 개입을 막는 정도가 되면 대통령 힘은 많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이 선거제도 개혁과 정당정치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치가 가능하려면 선거제를 개혁해 비례성을 강화하고(비례대표를 늘리고) 국회에 들어가는 정당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건 언젠가 영남을 중심으로 지지가 돌아올 거란 믿음 때문”이라며 “양당의 지역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다. 정병기 교수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소수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해 다양한 이슈를 반영해야 하는데, 다수대표제(지역구 소선거구제)는 가장 큰 단일 이슈에 집중하게 만들어 양당제를 고착화한다”며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정치 선언하고 한 번의 선거로 당선된 ‘갑툭튀’의 끝판왕”이라며 “정당이 후보를 검증하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엄군이 지난달 4일 새벽 국회 본청 건물 유리를 깨고 진입하는 모습. MBC보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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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감사원장 임명 국회 동의 받아야‘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탈검찰화·탈법조화를 정치권의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을 포함한 국정 최상층에 법률가들이 과도하게 진출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 1·2위가 모두 법률가 출신이다. 국회의원 중 5분의1에 달한다”며 “군부독재 시절 군부에 비견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화와 타협,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운영돼야 할 의회가 합법과 불법, 승리와 패배 논리로 압도됐다”고 비판했다.
군과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꼭두각시를 검찰총장에 앉힌 뒤, 대통령 측근은 봐주고 야당 유력 정치인은 계속 기소했다”며 “검찰과 감사원 등 주요 권력기관장들을 임명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묵 교수는 “위임받지 않은 수사 권력이 과거 윤 대통령처럼 정의의 사도로 부상하지 않도록 수사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지금 (분산해 놓으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검찰이 서로 살려고 견제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었으면 비상계엄이 발생할 수 있었겠나”라며 “새로운 민군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희 교수는 국정원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서 제외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대공 수사권을 이관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고, 더 중요한 건 국정원 직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정치개입 사건 이후) 더이상 국내 정치 문제에 우리를 이용하지 말라, 위법한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며 “반면 퇴역 장성(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육사 인맥으로 후임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계엄의 중심에 섰던 군은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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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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