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시위대 대치하며 신경전…일대 난리법석
"숨지 말고 체포 응해야" vs "대통령만 생각하면 눈물"
윤 대통령을 지지자들이 대통령 관저로 향하려는 경찰버스 앞에 드러누워 경찰 통제에 항의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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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다빈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은 북새통을 이뤘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은 대치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서로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며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부터 대통령 관저 앞 국제루터교회 인근 육교에서부터 지하철 한강진역 맞은편까지는 인파가 몰리면서 소란스러웠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은 '탄핵 찬성', '윤석열 구속' 구호를 외쳤다. 한 여성은 "내란수괴는 감방이다", "용산 멧돼지는 감방행"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한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개사해 '이제는 전벌 받을 때죠', '축하합니다. 윤건희 빼박으로 감옥 갑니다'를 불렀다. 이들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틀어놓고 관저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해 "비겁하게 숨지 말고 체포영장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시민 이미영(52) 씨는 "집에 앉아 있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속이 뒤집어져서, 윤석열이 수갑 차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안산에서 오전 6시부터 왔다"며 "하루빨리 탄핵을 시켜서 영원히 감옥에서 나올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좀비 떼 뒤에 숨어 살겄다고 욕본다'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건 김중기(63) 씨는 "검사 짓을 했고, 적법한 계엄이라고 했으면 적법한 절차를 지켜 발부된 체포영장에 응하면 된다"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좀비들을 앞세워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게 아주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경찰 폴리스라인 반대편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명도 운집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이재명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불법체포를 막아라", "대통령을 지켜라", "오늘 대통령 체포하면 다 죽는거야"라며 함성을 질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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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연대, 자유통일당,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 주최 측은 오후 1시30분 기준 1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비공식 경찰 추산 인원은 3000명이었다. 주최 측은 "대통령이 내란이라는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쓴 상황"이라며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막아내고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경기도 안양에서 왔다는 김모 씨는 "윤 대통령을 존경하고, 잘하고 있는데 얼마나 힘드시겠냐"면서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는 건데 윤 대통령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탄핵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2030 세대도 보였다. 대학생 이예지(23) 씨는 "많은 젊은 분들이 감정적으로 선동돼 촛불집회에 나가는데, 우파 진영에도 태극기를 든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서 "집회에 어른 분들이 많은데, 저희가 더 오래 살아갈 세상이니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자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청년들이 목소리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다혜(23) 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에 화가 났다"며 "깨어 있는 우파 국민들이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 넘어갈 수 있는 골든타임에 서 있다"고 했다.
경찰은 기동대 버스 20여 대를 출동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력을 배치해 찬반 시위대의 관저 앞 진입을 막았다.
찬반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로 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각자의 구호를 외치던 이들은 급기야 서로에게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경찰이 통제해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양측은 계속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경찰은 서로에게 달려드는 시민들을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크고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남성은 경찰버스 앞에 드러누워 경찰 통제에 항의했다. 이에 나머지 시위대 일부도 일제히 드러누우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도 함께 발부됐다.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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