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콘크리트 설비가 피해 규모 키워" 지적
조류충돌·랜딩기어 이상…6개월 뒤 결과 나와봐야
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를 키운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가운데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고 심각성을 키웠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이번 참사가 단 하나의 원인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착륙 유도시설)가 아니었다면 항공기가 공항 울타리를 뚫고 나가 서서히 멈추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보잉 737-800) 여객기가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바깥쪽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 중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 참사는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229명 사망) 이후 27년 만의 대형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공항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데 핵심인 7C2216편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모두 수거했다. 사고위는 사고조사관 8명과 안전감독관 9명이 초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경우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명확한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단단한 구조물 안돼…규정 위반"
사고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 것은 로컬라이저 시설물이다.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안테나의 일종 로컬라이저는 무안공항 활주로와 251m 거리에 있다. 가로 길이 40미터 흙더미로 덮인 콘크리트 기초에 안테나가 세워진 구조다.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약 4m 높이다.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는 토사 위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공항 측은 지난해 로컬라이저 내구연한(15년)이 끝나 장비를 교체하면서 안테나를 지지하는 기초재를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공항안전운영기준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2조 2항을 보면 항행에 사용되는 장비 및 시설로 반드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되어야 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규정 위반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국토부는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만약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면 사고 당시 여객기가 로컬라이저를 치고 지나가면서 서서히 멈춰 폭파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둔덕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흙으로만 둔덕을 쌓으면 비나 눈으로 유실되면서 로컬라이저 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콘크리트 작업을 추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토사 둔덕도 문제다. 규정에 보면 부서지기 쉬운 걸로 설치하라 돼 있는데, 흙은 날씨에 따라 단단히 굳을 수 있다. 충격에 부서지기 쉬운 소재로만 이뤄져야 한다. 이는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황 교수는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와 충돌한 사고를 언급하며 해당 사고의 경우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부서지기 쉬운 철골 구조물로만 이뤄져 있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김 원장은 "기존대로 토사 둔덕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형태였다면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조금 다른 결과를 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 가능성, 결정적 원인 아닐 수도
사고 초반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짧아 사고를 키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결과론적인 분석일 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로,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m∼3600m)보다는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보다 길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꼽힌다. 사고 당시 무안공항은 사고 여객기 착륙 직전 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줬다. 해당 여객기는 경고를 받고 1분 뒤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고, 이후 5분 만에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비행기와 조류가 충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황은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다. 엔진 내부를 망가뜨리거나 엔진을 태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도 새가 엔진 내부로 빨려 들어가면서 랜딩 기어 작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나의 원인일 수는 있지만 결정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고장났다면 1차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으나 보잉의 여객기는 두 개의 엔진이 모두 고장나더라도 비상 축압기로도 랜딩 기어를 내릴 수 있다. 또 어떤 원인으로라도 이 축압기마저 고장이 난 상황이라면 수동으로 랜딩 기어 조작이 가능하다. 정확한 원인은 진행 중인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버드 스트라이크만으로 착륙에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