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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감세 발목 잡는 미국 하원 ‘재정 매파’… 트럼프 공화당 장악력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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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곳 많아 ‘부채 한도’ 폐지 추진
“빚 많다” 강경파 반기, 충돌 가능성
저항 의원 낙선 위협으로 결집 시도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 주최로 22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에 참석해 무엇인가를 지목하고 있다. 피닉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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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확대에 결사반대하는 친정 공화당 내 일부 ‘재정 매파’ 의원이 나랏빚을 더 늘려서는 안 된다며 발목을 잡고 나섰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자의 당 장악력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반이민 지출의 걸림돌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가 연방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보수파 의원들과 부채 한도를 놓고 결전을 벌이려 하고 있다”며 “지출 축소는 내년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 의제 실현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부채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는 법적 상한선이다. 부채 한도가 유지되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된다. 감세에 따른 세입 부족분을 충당하고 반(反)이민 등 중점 정책 집행에 투입할 자금 조성을 위한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다급한 임시 예산안 처리와 묶는 편법으로 부채 한도 폐지를 관철하려 한 배경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부채 한도 폐지 시도를 좌절시킨 것은 공화당 하원의원 38명의 반기였다. 예산안이 발효되려면 상원도 통과해야 하지만 먼저 다루는 곳은 하원이다. 하원 민주당 의원은 물론 공화당 의원 38명까지 가세하면서 부채 한도 폐지 법안은 부결됐다.

철폐든 적용 유예든 부채 한도 무력화 조치를 거부하는 이들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재정건전성 확보다. 이들이 보기에 미국 정부 재정은 위기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재정적자 규모가 1조8,000억 달러(약 2,600조 원)에 이르는 데다 전년보다 8% 늘었고, 총국가부채는 36조 달러(약 5경3,000조 원)가 넘는다고 한다.

반대파에는 친(親)트럼프 핵심 의원들이 포진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정부 지출 축소 임무를 부여한 신설 정부효율부(DOGE) 관련 의회 내 위원회 공동위원장 애런 빈(플로리다), 트럼프 당선자의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정하는 캣 캐맥(플로리다), 국경 통제 정책에 찬성하는 네이선 모런(텍사스) 등이 대표적이다.

친트럼프·상원에도 반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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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20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정부 셧다운(업무 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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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에만 재정 보수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연방 상원의원(켄터키)은 더힐에 “트럼프 부채 한도 조정 계획의 무산은 내년 재정 매파가 백악관에 미칠 영향력을 시사한다. 부채 한도 증가 반대급부로 대규모 지출 삭감을 촉구할 보수파는 양원 모두에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당선자가 민주당과 공조하기도 힘들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연방 상원의원(코네티컷)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부자 중의 부자를 위한 대규모 감세의 피해자는 건강보험 혜택이 줄어들 노인과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사회보장 지출을 삭감할 요량이면 감세를 포기하라는 뜻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트럼프 당선자는 낙선 협박으로 부채 한도 폐지 지지 의원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선거 때는 책임 있는 재정 지출을 약속해 놓고 이제 와 부채 한도를 올리고 지출도 늘리겠다는 공화당이 부끄럽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 칩 로이 연방 하원의원(텍사스)이 대표적 표적이다.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텍사스주 당내 경선에서 칩을 겨냥한 도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썼다.

차기 하원의장 선출(1월 3일)을 나흘 앞두고 마이크 존슨 현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도 당내 규합 계기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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