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월 4일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 선포
분향소 방문, 해돋이 여행 취소 등 ‘애도’ 분위기
전국 지자체, 해넘이 해맞이 행사 취소·추모 전환
기부 추모 물결 움직임도…탄핵 관련 집회도 멈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행사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31일 진행될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공연과 퍼포먼스는 취소 및 축소하는 등 타종식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김용재·박지영·이영기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대한민국이 고요한 세밑을 맞았다. 연말 모임을 갖거나 해돋이를 보러 가려 계획했던 시민 대부분 차분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새해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행사장을 추모 공간으로 전환하는 등 새해를 애도로 맞이하고 있다.
3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여객기 참사까지 덮치면서 ‘연말 모임’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다음 달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면서다.
이날 오후 서울 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라는 직장인 최모(34) 씨는 “다시는 이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퇴근 후에 시청 앞 분향소를 가려고 한다”라며 “여행 업계에서 일하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30) 씨는 최근 참사로 인해 보려던 연말 재즈 공연 티켓을 취소했다. 정 씨는 “연말 분위기도 내고, 술도 마시는 장소에서 다 같이 재즈 연주를 보려고 했는데 좀 아닌 것 같아서 취소했다”라며 “국가 애도 기간에 맞게 집에 있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문화, 예술 행사나 공연도 줄취소됐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콘X월드케이팝페스티벌 카운트다운’, 제주 신화테마파크의 ‘제주신화월드 카운트다운 2025’ 콘서트 주최 측은 공연을 취소했다. 가수 테이, 이승환, 김장훈 등도 앞으로 예정된 콘서트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말 대표 시상식인 ‘MBC 연예대상’, ‘KBS 카운트다운 쇼’ 등도 방영하지 않는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광주 북구청 직원들이 애도의 뜻을 담아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새해를 맞아 ‘해돋이’를 보려던 일정을 취소하는 이도 많았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32) 씨는 “매년 새해에는 해돋이를 보러 동네 산이라도 갔는데, 올해는 그럴 의욕도 없다”라며 “최근에 안 좋은 얘기뿐이니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적고, 욕심도 안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모(29) 씨는 “매년 31일과 1월 1일에 강원도로 해돋이를 보러 갔는데, 올해는 취소하고 집에서 보려고 한다”라며 “여행도 기대되고 좋은 마음으로 가야 하는데 계엄에 탄핵에 참사까지 우울해서 어디 놀러 갈 기분도 아니다”라고 했다.
여행을 취소하거나 잡혔던 모임을 미루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모(33) 씨는 “가족들과 연초부터 길게 패키지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시국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취소했다”라며 “괜히 이런 시국에 비행기 타는 것도 무섭고 차라리 국내 여행이나 짧게 갔다 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2) 씨 역시 “31일 친구들이랑 모여서 새해맞이 겸 송년회를 하려고 했는데, 국민 애도 기간이기도 하고 마음도 복잡해서 송년회를 취소했다”라며 “출장, 여행 등 비행기를 자주 타는 업종인데 참사 희생자들이 너무 안타깝기도 해서 즐거우면 안 될 거 기분이 든다”라고 했다.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정부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으며, 무안국제공항 현장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했다. 임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국 지자체에서도 차분한 새해맞이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새해맞이 대표 행사인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간소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여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공연과 조명, 음향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일출 명소에서 개최 예정인 해맞이 행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건하게 진행하도록 자치구에 안내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진행하려던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인 ‘해피 뉴 이어 일렉트릭 파티’도 취소됐다. 유명한 해넘이, 해맞이 행사들도 열리지 않는다. 국내 대표 해넘이 행사인 해운대해수욕장‘2025 카운트다운’도 취소됐고,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 해맞이 행사 역시 취소됐다.
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기부와 추모 물결이 등장했다. 희생자 수가 가장 많은 광주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다음 달 4일 밤 10시까지 시청 본관 앞 정문에서 ‘합동 분향소’를 설치·운영한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고와 관련해 내년 1월 4일까지 7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임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연일 도심을 반으로 갈랐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도 잠시 멈췄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참사에 대한 국민 추모를 위해 31일 예정된 ‘아듀 윤석열 송년 콘서트’를 취소한다”라고 밝혔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역시 “국민적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주 예정됐던 집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이번 참사를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온라인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검색창 아래 추모 배너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추모 국화를 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약 48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카카오는 다음 앱 메인 화면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배너를 마련해 참사 뉴스와 추모 페이지로 연결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