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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르포] 단통법 폐지 소식에 휴대폰 상가 가보니…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만 추가 보조금 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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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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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6′을 9만원에 드려요.”

지난 30일 저녁,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동통신 A 유통점 직원은 “단통법 폐지 이후 공시지원금을 제외한 추가지원금이 30만~40만원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대신 10만원 이상 요금제에 6개월간 가입을 해야 하고,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을 하는 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지난 26일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 보조금이 대폭 상향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전히 일부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이 몰리고 있었다.

◇ 애플 ‘아이폰16′이 단돈 9만원

A 유통점에서 아이폰16(128GB)과 갤럭시S24 울트라(256GB) 모델을 문의하자, 판매자는 계산기에 숫자 ‘9′와 ‘31′을 각각 입력했다. “아이폰16과 갤럭시24 울트라를 사면 각각 9만원과 31만원을 추가 보조금으로 주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직원은 “각각 이 가격만 현금으로 내면 제품을 팔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아이폰16(128GB) 제품의 출고가는 124만3000원이다. 통신 3사를 통해 월 10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고 기기를 개통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45만원이다. 여기에 유통점 판매자가 자체적으로 줄 수 있는 추가 보조금(공시지원금의 15%)은 최대 7만5000원이다. 하지만 이날 추가 보조금이 70만원까지 붙었다.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과 추가 보조금을 빼면 가격이 9만3000원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출고가가 169만8400원인 갤럭시S24 울트라(256GB)는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유통점 추가 보조금 88만원이 붙었다. 이 금액을 뺀 실제 구매 가격은 31만8400원까지 내려갔다. 주변 매장 4곳을 더 방문했는데 가격 차이는 3만~5만원 정도였고, 대부분 비슷한 가격을 제시했다.

단통법 폐지 법안이 이달 통과됐지만 실제 폐지 시점은 6개월 뒤다. 현행법상 공시지원금과 유통점 추가지원금 15%를 받고 이 제품들을 사려면 아이폰16은 약 67만원을, 갤럭시S24 울트라는 약 112만원을 내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단통법은 6개월 뒤 폐지되지만,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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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저녁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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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통법 폐지 후 고가 요금제 지원 쏠림 우려

70만원이 넘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유통점들은 모두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 6개월 이상 가입하고,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공시지원금과 추가 보조금을 묻자, 지급 규모가 크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신사 공시지원금은 30만원 이하로 10만원대 요금제 대비 20만원가량 차이가 났고, 추가 보조금은 거의 없었다. B 매장 직원은 “5만원 이하 요금제에 가입하면 추가 보조금이 10만원도 안 나온다”면서 “통신사에서 10만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에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대거 설정하고 있어, 우선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한 뒤 6개월 뒤 다른 요금제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에 지원금을 대폭 늘리면서 중저가 요금제 고객에 대한 차별이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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