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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그 '둔덕'이 참사 키웠는데…“규정상 문제없다”만 되뇌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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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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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활주로밖에 2m 높이로 돌출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기는 동체 착륙 후 미끄러지다 이 둔덕과 외벽을 잇달아 충돌한 뒤 화재에 휩싸였다.

일반적으로 공항 내에는 비행기 안전을 위해 장애물을 최소화한다. 설치가 불가피한 시설의 경우 비행기 충돌을 대비해 부러지거나 파손되기 쉬운 재질로 제작한다. 단단한 콘크리트 등을 사용하면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 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논란에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규정상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전날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는 관련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규정을 열거했다.

우선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 제23조 제3항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는 동조 제1항에 따라 착륙대(활주로를 감싸고 있는 최소 60m의 포장도로)·활주로 종단안전구역(RESA) 등의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제동을 못하고, 활주로 끝부분을 지나쳤을 때를 대비해 착륙대 종단(끝부분) 이후에 설정한 일종의 안전지대다.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도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서 벗어난 경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데, 무안공항의 구조물도 범위 밖에 있어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안공항에서는 종단안전구역 거리가 199m로 설정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로컬라이저는 이 구역에 더해 안전지대인 '착륙대' 거리 60m를 더한 260여m 거리에 설치돼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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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의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이 다른 공항에 비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은 착륙대 종단부터 최소 90m는 확보하되, 240m는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부터 199m다. 아울러 포항경주공항(92m)·사천공항(122m, 177m)· 울산공항(200m)·제주공항(240m) 등도 92~240m 수준으로 최소 기준 이상이나 권고기준을 넘지는 못한다. 주 실장은 “설치 기준 등 정부 고시에 따라 규격이 정해지고, 계획·설계 단계에서 전문가들이 관련 규정을 검토한 뒤 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기준과 미국 등 다른 나라 기준과도 다소 차이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 부속서 14-1에서는 종단안전구역을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로, 미국은 활주로 끝에서 1000ft(피트·304m)인데, ‘통상적인(typical)’ 수준에서 적용되는 것”이라며 “국내 시행규칙에도 활주로 끝에서 1000ft 떨어진 곳에 설치하라는 얘기가 있지만, ‘곤란한 경우 시설의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고, 무안, 울산 등 국내 몇 개 공항이 예외 규정에 속한다”며 “혹시 여러 규정이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추가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지지하는 구조물의 높이나 재질에 대해서도 “국내는 물론, ICAO 등 국제 규정에도 안테나 지지 구조물의 높이·재질 등에 관해서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설치 규정의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향후 전문가들과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보내진 블랙박스는 표면 이물질 세척을 완료한 뒤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비행자료기록장치는 자료저장 유닛과 전원공급 유닛을 연결하는 커넥터가 분실된 상태로 발견돼 자료추출 방법 등 기술적 검토에 들어갔다.

현장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 1명, 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항공기 제작사(보잉) 4명 등 8명이 오늘부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관(11명)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토부는 완전한 사고현장 수습을 위해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 기간을 다음 달 7일 오전 5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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