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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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1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가 한 고비를 넘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어 체포영장이 순순히 집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가능성이 커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려면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전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의 체포 및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의 상당성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그간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해온 점, 출석요구서 수령도 거부해 온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하고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심사에 앞서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장한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부당한 체포영장 청구”라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아닌 체포영장 청구 단계에서 피의자 측이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두고 ‘법원이 내란죄 수사권 논란을 일단락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공조본은 윤 대통령 수사를 위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영장을 순조롭게 집행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공조본이 곧장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통상적으론 대통령이 움직이려면 경호·안전 대책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대통령경호처가 공수처와 경찰 등이 공조하고 있는 공조본 수사관들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호처는 최근까지 ‘군사·공무상 비밀’에 대해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규정을 앞세워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았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 책임자들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사전 협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대통령 경호 의무가 있는 경호처와 공조본 수사관들의 업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수사기관장들과 최 권한대행, 경호처장 등이 영장 집행을 위한 최소한의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돼 강제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윤 대통령이 순순히 조사에 응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 권한을 이유로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에 모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서부지법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는 현직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다”며 “그런 가벼운 범죄(직권남용)를 가지고 내란죄의 (수사권) 관할을 주장하는 것도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중복적으로 소환하고 불법적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그런 불법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조본이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문제가 돌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할 경우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면 체포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기소를 하려면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들을 수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시간이 쫓길 수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수사하더라도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은 없으므로 기소하려면 검찰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와 검찰은 최대 구속기간 20일 가운데 각각 10일가량씩만 수사하기로 정한 상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공범으로 엮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피의자신문조서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윤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만일 김 전 장관에 대한 조서를 바탕으로 혐의를 구성할 경우, 향후 법정에서 ‘김 전 장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공수처 수사에 대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느냐’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공수처와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놓고도 향후 법정에서 한도 끝도 없는 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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