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비행기의 동체착륙 사고는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조류 충돌로 기기가 망가졌을 가능성도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조류퇴치로봇. / LIG넥스원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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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과거 세계 최초의 이동형 조류 퇴치 로봇이 개발됐었다. 지난 2009년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식경제부와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민·군 겸용기술사업’의 일환으로 LIG넥스원, 경인훼라이트공업, 한국환경생태연구소와 컨소시엄을 꾸려 조류 퇴치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배경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쓰이는 원격 감시 및 제어 기술, 고출력 레이저 기술, 이동 로봇 플랫폼 및 제어 기술을 적용해 민간 공항 등에서 발생하는 조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로봇에는 LIG넥스원이 보유한 탐지·인식 및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탑재하고, 경원훼라이트공업㈜이 보유한 극지향성(極志向性·특정 방향으로만 소리가 향함) 음향 설비 기술과 ㈜한국환경생태연구소의 조류 관련 전문 지식을 더한다는 구상이었다.
사업에는 약 4년간 총 54억원이 투자됐고, 2013년 개발이 마무리됐다. LIG넥스원이 최종적으로 체계 종합을 맡은 로봇에는 LBES(LIGNex1 Bird Expellent System)라는 이름이 붙었다. 로봇은 극지향성 음향 송출 장비, 레이저 송출 장비, 주야간 컬러 카메라, 열 영상 카메라, 음향 탐지 장비, 레이저 스캐너 등 다양한 탐지 장비와 레이저, 스피커 등 퇴치 장비가 4륜 차체에 탑재된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동형 조류 퇴치 로봇 구성도. / 한국원자력연구원 자료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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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사용자가 실내에서 원격 조종을 통해 조류를 탐지·퇴치할 수 있게 설계됐다. 높이는 2.5m, 무게는 1.4톤(t)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최대 시속 50㎞로 달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서버에 구축된 조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이용해 탐지된 조류의 종을 식별한 후 조류 종에 따른 최적의 퇴치 방법을 사용하는 기술도 탑재됐다.
탑재된 레이저 방사장치는 절대각 수평 기준 5도 이상 상향으로 기울어질 경우 자동으로 방사를 정지해 항공기 조종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또 상용주파수 대역 통신망을 사용해 공항에서 사용하는 항공관제 레이더 등 수많은 다른 장비와의 간섭이 없도록 만들어졌다. 활주로 근방 일정 거리를 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로봇시스템이 금지 구역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정지해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도 탑재됐다.
조류 퇴치 로봇은 공군 서산기지에서 수차례 테스트를 거쳐 성능을 개선했고,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장창출형 ‘로봇시범보급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13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도 받았다. LIG넥스원은 2013년 ‘로보월드’와 ADEX(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등에서 해당 로봇을 민간에 공개하기도 했다.
LIG넥스원 조류퇴치로봇. / LIG넥스원 제공 |
로봇은 당시 군과 국내외 공항 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으나, 군과 민간 공항에서 실제 납품 및 사용까지는 이어지지는 못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조류 퇴치 로봇은 군에서 시범 운용까지 마쳤지만, 소요 제기와 획득 절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군 관계자는 “전투기를 운용하는 공군 기지의 경우 활주로 인근 이물질 등을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고, 로봇을 운용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어 도입을 시도하기에는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 퇴치 로봇은 2013년 당시 파나마 등 해외 국가 공항과 구매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도 추진됐으나, 당시 파나마 정부의 정권 교체와 한국 내 사용 이력이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 수출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당시 로봇을 도입하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려우나, 각 공항이 조류 퇴치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조류 퇴치 로봇은 개발 이후 본격적인 사업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는 무인체계 기반기술 확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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