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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단독] 돈줄 말라가는 K배터리…삼성SDI 유상증자 추진했다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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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 전시회의 엘지(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플랫폼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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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이차전지 업체인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접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이차전지 3사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보수적 투자를 해온 삼성에스디아이마저 자본 확충을 저울질할 만큼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녹록치 않다는 신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배터리 한파’를 버틸 생존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에스디아이는 ‘12·3 내란’ 사태 직전 금융 당국과 유상증자 추진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삼성 쪽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미흡한 점이 있어서 보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친 뒤 증자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쪽은 한겨레에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로선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융감독원이 일반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삼성에스디아이의 증자 추진에 제동을 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에스디아이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본격 시행한 2000년 이래 지난 20여년간 유상증자를 단행한 사례가 전무하다. 그런데 이번에 증자를 통한 투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나선 건 자금 사정 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돈 나갈 곳은 많은데,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 위축과 배터리 공급 과잉·가격 하락 등으로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이 쪼그라들며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에스디아이의 올해 1∼9월 ‘잉여현금흐름’(이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마이너스 4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마이너스 8천억원)에 견줘 대폭 악화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액을 빼고 남은 돈이다. 이익이 줄고 투자로 나가는 돈은 외려 큰 폭으로 늘며 회사 안에 현금이 말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에스디아이는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미시간주 및 인디애나주 1공장 외에 인디애나주 내에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 등 2개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재무 안정성도 낮아지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의 지난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전체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것)은 7조4천억원으로 1년 전(3조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빚 부담 확대로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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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함께 ‘케이(K)-배터리 삼총사’로 꼽히는 엘지(LG)에너지솔루션, 에스케이(SK)온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엘지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온의 지난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각각 11조5천억원, 18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9%, 71.4% 불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앞서 2022년 초 엘지화학에서 분리 상장하며 조달한 투자금 약 10조원을 모두 소진하고, 최근엔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 회사가 투자·비용 구조 재검토, 자산 매각 등 위기 경영에 착수한 건 처음이다. 에스케이온도 올해 1조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 이차전지 업체 임원은 “지금은 돈을 거둬들이는 시기가 아니라 투자해야 하는 시기인데, 수익이 줄고 고환율·고물가 등으로 투자비는 계속 늘며 내년엔 3사 모두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투자 성과가 현금으로 돌아오는 업황 회복 시점까지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일제히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며 자칫 중저가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투자금이 연 2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투자 규모가 큰 반면 전방 시장 여건이 악화하며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며 “현재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빨리 투자하는 게 문제인 만큼 투자 숨 고르기와 외부 자금 수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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