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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단통법 사라지면 통신 시장 혁신 일어나나... “제조사 지원금 줄고, 중저가 요금제 역차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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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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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옥죄던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로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가능해지고, 지원금도 무제한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가계 통신비(단말기 비용+통신요금)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제조사와 지원금 축소와 통신비 인상에 나선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시장 구조를 혁신하지 않는 한 국민들이 체감하는 단통법 폐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경쟁 없앤 단통법 그늘서 이익만 늘린 통신사들

최대 57만5000원(공시지원금 50만원+유통점 추가 지원금 7만5000원)까지만 지원금(보조금) 지급을 허용했던 단통법 체제 하에서 통신사들의 이익은 크게 늘었다. 2014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대였지만, 단통법 시행 1년 만인 2015년 3조16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껑충 뛰었다. 통신사들의 지원금 출혈 경쟁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에 1000만건이 넘던 번호이동은 단통법 첫해(2014년) 800만건대로 떨어졌고, 2018년부터 500만건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후 2021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4조원을 돌파, 작년까지 3년 연속 4조원대를 지키고 있다.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고객들의 5G(5세대 이동통신) 통화 품질 만족도는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작년 6월 발표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5G 이용자의 만족도는 LTE 이용자(52%)보다 낮은 46%에 불과했다. 5G 주파수 대역은 28기가헤르츠(Ghz)와 3.5Ghz가 있지만, 통신 3사는 3.5Ghz 기지국 구축에만 집중했다. 당초 정부와 합의한 28Ghz 기지국 구축은 10% 밖에 이행되지 않았다. 작년 통신 3사의 합산 설비투자 관련 예산은 7조2972억원으로, 2019년(9조5950억원)과 비교하면 4년 사이 약 24% 줄였다.

통신사들은 5G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슬그머니 무제한 요금제 가격을 LTE 요금 대비 2만원가량 올렸다. 통신사 요금제는 통화량이 아닌 데이터량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6만~7만원대에 이용했던 무제한 요금제가 5G 요금제 도입 이후에는 8만~9만원대로 인상됐다. LTE 단말기가 점차 단종 수순을 밟고, 고가 5G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고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가격대 요금제일 경우 지원금 차별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단통법 폐지로 이런 모든 제약이 사라진다. 지원금을 사전에 공시할 의무도 없어진다.

◇ “단통법 폐지로 중저가 요금제 소비자 혜택 줄어들 것”

통신업계는 단통법 폐지로 고가 요금제 고객에게만 지원금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신사의 지원금이 고가 단말기와 고가 요금제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오히려 중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통신사들이 이미 시장이 과포화 상태인데 출혈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를 장려하기 위해 8만원 이상 고가 요금 가입자들에게 지원금이 집중되면 중저가 요금제 고객들의 혜택은 단통법 폐지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통신 3사의 5G 고가 요금제 유도 움직임은 기존 요금제 설정에서도 드러난다. 통신 3사의 3만원대 5G 요금제를 보면 제공 데이터량이 4~6기가바이트(GB) 수준으로 5G 사용자들의 월 평균 사용량(28GB)에 미치지 못한다. 월 24GB(SKT), 30GB(KT), 31GB(LGU+)의 5G 중간요금제는 100G 이상 요금제 대비 데이터 사용료가 터무니 없이 비싸다. 일례로, SK텔레콤의 5G 110G 요금제는 데이터 1GB당 627원으로 요금이 책정된 반면 24G 요금제는 1GB당 2458원으로 계산돼, 동일한 데이터량의 사용료가 4배가량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중저가 요금제 보다는 고가 요금제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요금을 설계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통법 폐지 이후 이러한 기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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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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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말기 가격 낮춰야 통신비 부담 경감 가능

한국은 전 세계에서 휴대폰 단말기 평균 매입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폰 단말기 평균 매입 가격은 87만3000원으로, 2014년(64만원)보다 36.4% 올랐다.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된 2009년(44만원)과 비교하면 98.6%나 올랐다. 가계 통신비 부담의 주범으로 폰플레이션이 꼽히는 이유다. 폰플레이션은 경쟁 없는 휴대폰 유통 구조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통신사가 알아서 제품 유통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나 할인 정책 등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국내에선 애플과 삼성 2강 체제가 확고히 고착화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지원금 출혈 경쟁에 나설 실익도 크지 않다”며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인데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기존에 없던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정보 제출 의무까지 추가됐다. 이 조항 때문에 제조사들이 국내에서 장려금 지급을 줄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시 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공동 분담해 책정한다. 지원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축소되면 공시 지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홍대식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장은 “제조사들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지원금 규모가 외부에 알려지는 게 부담이 돼 이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공시 지원금의 또다른 한 축인 제조사의 장려금 경쟁을 막는 조항을 추가한 것은 오히려 단통법보다 소비자 편익이 줄어드는 반쪽짜리 법안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통신과 단말기 시장 완전 분리도 방법

“통신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말기 가격이다.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통신사에 넘기면 그만이고, 국내에선 삼성전자에 경쟁할 상대가 애플 뿐이라 미국처럼 프로모션이나 가격 할인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말기 판매 시장과 통신 서비스 시장을 완전 분리할 필요가 있다.”(안정상 교수)

2021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 이후 삼성전자의 독주는 더욱 거세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73%, 애플은 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안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러한 확고한 시장 지위에 힘입어 지원금을 높일 필요성이 크지 않아졌다”며 “자급제 중심인 미국에선 가격 할인이나 프로모션 정책을 많이 하는데 국내와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갤럭시S24 울트라를 약 30% 할인 판매했고, 정가가 1899.99달러(약 279만원)인 갤럭시Z 폴드6를 800달러(약 118만원) 할인된 1099.99달러(약 162만원)에 팔았다.

홍대식 소장은 “완전 자급제로 가기 전에 먼저 외산 스마트폰의 국내 유통을 늘려서 삼성과 애플 외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커버리지(선택권)를 넓혀야 한다”며 “제조사간 경쟁 구도를 만든 다음에 통신 시장과 단말기 시장을 분리하는 게 시장 충격을 줄이고 통신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통신사들은 요금과 통신 서비스 경쟁 쪽으로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은 단말기를 이용해 고가 요금제에 고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담합 구조를 깨고 단말기 경쟁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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