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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41톤 B737 착륙 1시간만에 다시 비행…이륙 정비 28분 충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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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항공기별 이륙 정비 최소 시간 규정…B737 28분

'48시간 13회' 사고기, 쉴 틈 없었다…"안전 점검 체계 개선 필요"

뉴스1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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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희 금준혁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089590) 사고 여객기 B737-800(HL8088)은 지난 27일 오후 10시 33분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다음 행선지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출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11시 35분이다. 불과 1시간 2분 만에 무안공항서 승객 하기와 탑승 그리고 이륙을 위한 준비까지 마치고 코타키나발루로 떠났다.

항공정비업계는 41톤이 넘는 항공기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이륙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륙 정비 최소 시간 28분이 있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번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항공기 안전 점검 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8시간 13회 운항 배경엔 이륙 정비 최소 시간 '28분'

31일 항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HL8088은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했다. 무안, 제주, 인천, 중국 베이징, 태국 방콕, 말레이 코타키나발루,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등을 오갔다. 민간 항로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FR)24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등을 살펴보면 공항 간 이륙 준비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항공사는 기체 점검과 세척, 주유 등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떠날 준비를 한다. 보통 승객이 내리고 다시 타는 데 30분 안팎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사고기가 이륙 정비에 쓴 시간은 짧게는 30분에서 길어야 1시간 30분으로 추산된다.

제주항공은 이륙 정비 최소 규정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항공기별 '이륙 정비 최소 시간'을 정하고 있다. 사고기인 B737의 경우 이 시간은 28분으로 알려졌다.

28분은 항공업계에서 '수익 극대화' 시간으로 불린다. 대형항공사(FSC)보다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더 적극적이다. 정비를 포함한 이륙 준비 시간을 1시간대로 끊어야 적은 기재로 최대한 많은 운항을 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정비사는 "탑승객 하기 이후 기내에서 경고등을 확인하고 육안으로 기체 외관 손상 여부를 체크한다"며 "1시간 만에 다시 이륙했다면 정비에 최소 시간만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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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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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월평균 418시간 돌려…국적사 최다

제주항공은 국내 주요 항공사 가운데 여객기당 운항 시간이 가장 길다. 올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기당 월평균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은 물론 같은 LCC인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에어부산(340시간)보다도 많았다. 월평균 운항 시간이 400시간이 넘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B733-800의 가동률도 제주항공이 제일 높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제주항공의 B737-800 일평균 가동률은 14.1%로 진에어(11.4%), 티웨이항공(10.9%), 이스타항공(6.5%) 등 다른 항공사 대비 많게는 두 배 이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동률을 비롯해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과 정비 등 기록 등에 따라 여러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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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경영진이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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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의 긴 운항 시간은 사업모델과도 연관이 깊다고 분석했다.

제주항공은 LCC 시초라고 평가받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운영 방식을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항공사다. 2시간 이내 단거리 운행, B737 단일 기단, 비행기 회전율 극대화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게 '사우스웨스트의 10가지 철칙'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와 제주항공의 가장 큰 차이는 기단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우스웨스트는 B737 817대를 운영하는 초대형 LCC다. 제주항공은 국내 최대 LCC지만 B737 기단 규모는 41대에 불과하다. 항공기 혹사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은 절대 무리한 운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B737-800은 이착륙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는 있지만 장거리 노선을 가는 항공기는 아니다"라며 "무리한 운항은 절대 할 수 없다. 정비를 한치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운항 시간이 길긴 하지만, 413시간 자체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라면서도 "운항보다는 정비에 얼마나 신경을 쓰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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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항공기 엔진 점검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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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계기로 항공기 정비 체계 대수술 필요"

업계는 이번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항공기 점검 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시한 항공사 정비 체계를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항공당국의 규제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 가운데 자체 항공정비 시설을 둔 업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는 모두 자체 시설 없이 국내 항공정비업체나 해외 업체에 외주 형태로 의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객기가 쉴 틈이 없어졌다"면서 "안전을 당연히 우선시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높이는 스케줄을 짜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높아져 정비를 비롯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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