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조류 충돌' 어떻게 막나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하늘에선 새떼가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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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충돌)가 유력한 가운데 조류충돌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다.
독일항공센터(DLR)가 2020년 발표한 논문 '조류충돌의 위협'에 따르면 조류충돌 사고는 전세계적으로 호주, 영국 등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호주에서는 2008~2017년 비행 1만회당 7.7번꼴로 항공기·조류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야생동물 생태계가 잘 보전된 만큼 공항지 주변에 접근하는 동물의 수도 많은 탓이다.
호주공항협회(AAA)는 항공기 충돌위험이 높은 새를 종별로 구분해 대응방안을 정리한 매뉴얼을 보유했다. 조류 12종의 습성과 서식지 특성을 분석해 공항의 조류관리인력이 활용할 만한 종별관리책을 발굴했다. 가령 공항에 출몰하는 물떼새과의 왕눈물떼새는 영토를 지키려는 본능이 강하고 공격적이어서 웬만한 자극으로는 흩어지지 않는다. 반면 호기심 강한 갈매기는 약간의 자극만 줘도 특정 지역으로 유도하는 게 가능하다. 경고음 사이렌을 울리거나 레이저 조명을 쏘면 갈매기떼는 빠르게 항로에서 벗어나 감각을 자극한 곳으로 향한다.
반면 왕눈물떼새는 보다 강력한 퇴치가 필요하다. 화약을 터뜨려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하거나 천적의 새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이동차량을 타고 움직이며 방송하는 방법 등이다. 대형 맹금류인 솔개의 경우 화약, 레이저 등을 빠르게 연속 사용해 쫓아야 한다. 사람이 솔개를 향해 소리 지르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효과가 있다.
조류의 DNA를 분석해 새의 유입을 막는 방법도 고안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2013년 호주 야생 생태계 포렌식서비스·고대DNA연구소는 호주 퍼스공항에서 수집한 조류 77마리 사체의 내장 속 DNA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생쥐, 메뚜기, 잔디씨앗 등 조류가 공항 근처에서 찾는 주요 먹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방제작업에 반영해 집중관리하면 조류를 공항 부지로 끌어들일 만한 환경적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밖에도 20㎑(킬로헤르츠) 이상의 높은 주파수를 생성해 조류를 퇴치하는 방법도 있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 이미 상용화해 과수원 등에 사용한다. 사람은 거의 듣지 못하지만 조류가 위협적이거나 불쾌하게 느끼는 주파수를 내 부지에서 쫓아내는 방식이다.
한편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06~2021년 야생동물 충돌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에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늘었다. 2001~2007년 4만2000여건에서 2008~2015년 9만여건으로 늘었다. 2016년부터는 대폭 증가해 2021년까지 전세계 194개국에서 총 27만3000건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증가원인으로 공항 주변 개발로 인한 조류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에 의한 동식물 서식지 변화 등을 꼽았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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