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향' X 이탈해 블루스카이로 이동
11월 대선 계기 가입자 1500만 늘어
SNS 시장 긴장... 진보 폐쇄성 한계도
편집자주
내로라하는 기술 대기업이 태동한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지만 거주민 중 흑인 비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화려한 이름에 가려진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얼굴을 '찐밸리 이야기'에서 만나 보세요.분산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표방하는 블루스카이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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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시피주(州)에 기반을 둔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언론사 '미시시피 프리 프레스'의 기자 애슈턴 피트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루스카이' 열혈 이용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수된 뒤 여러 변화를 겪은 엑스(X·옛 트위터)로부터 벗어나고자 결심한 그에게 블루스카이는 꽤 괜찮은 대안이었다.
불과 두 달여 전까지만 해도 피트먼의 주변에서 블루스카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 15명 이상의 동료가 블루스카이에 있다. X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기자, 작가, 사회활동가 등이 점점 더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피트먼은 말했다. 그가 소속된 언론사의 블루스카이 계정 팔로어 수는 29일(현지시간) 기준 약 4만 명으로, 2019년 생성된 X 계정의 팔로어 수(약 2만1,000명)를 앞지른 지 오래다. 피트먼은 "X와 블루스카이에 동일한 게시물을 올렸을 때 블루스카이에서 최대 20배 이상 많은 참여(댓글, 공감, 공유 등)를 얻는다"고 말했다. 40만여 명의 X 팔로어, 약 30만 명의 블루스카이 팔로어를 보유 중인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수석 메인 페이지 편집자 필 루이스도 "(같은 글임에도) 참여도로 판단했을 때 두 플랫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평했다.
'블루스카이.' 최근 한 달여 사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이름 중 하나다. 올해 2월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 SNS 플랫폼은 지난달 5일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존재감이 크게 커졌다. 그날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 머스크가 소유하고, 보수 성향 이용자가 주류로 떠오른 X로부터 이탈한 사람들이 블루스카이를 '피난처'로 택한 것이다. 9월까지만 해도 1,000만 명이 조금 넘었던 블루스카이 이용자 수는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19일 2,0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13일에는 2,500만 명도 넘어섰다. 테크전문매체 시넷은 "미국 대선 이후 초당 12명의 이용자가 블루스카이에 합류한 셈"이라고 전했다.
오랜 기간 메타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트위터가 양분해 온 SNS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서비스가 그간 없지는 않았다. 2021년 전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한때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3,0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장터(앱스토어) 인기 순위 100위권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사라진 상태다.
블루스카이의 급성장은 클럽하우스의 초기 돌풍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反)X' 기치를 내걸고 반짝 인기를 끌다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성기 시절 트위터를 기억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블루스카이가 과거의 트위터처럼 빠르고, 자유로우며, 생기 넘치는 전 세계인이 모이는 '소통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크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와 블루스카이의 애플리케이션. 지난달 5일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X에서 이탈해 블루스카이로 넘어간 사람이 크게 늘었다. 9월만 해도 1,000만 명이 조금 넘었던 블루스카이 이용자 수는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20일 1,000만 명을 돌파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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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창업자가 만든 '덜 중독적' SNS
블루스카이는 태생부터 트위터와는 분리될 수 없는 존재였다. 일단 이 서비스를 고안한 잭 도시 역시 트위터 창업자이자 1, 4대 CEO를 지낸 인물이다. 도시는 트위터 CEO 시절이던 2019년 트위터의 데이터 분산화를 목표로 한 사내 연구 프로젝트로 블루스카이를 시작했다. 블루스카이는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반적인 SNS와는 달리, 여러 개의 독립적인 서버에서 데이터를 관리·운영하는 이른바 '분산형 SNS'를 목표로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같은 기존 SNS의 경우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가 한 건물 안에 보관되고 SNS 업체가 그 건물의 규칙을 정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분산형 SNS는 데이터를 한데 몰아넣는 대신 작은 건물 여러 곳에 분산시켜 저장하는 셈이다. 블루스카이에서는 특정 회사나 조직이 모든 데이터를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자유롭고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애초 트위터로부터 파생된 서비스이기에 블루스카이의 사용자 환경은 기존 트위터와 상당히 비슷하게 설계됐다. 영어 기준 256자 이내의 단문 게시물을 올릴 수 있고, 이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할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며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나 원형 프로필 사진, 콘텐츠마다 댓글과 좋아요, 공유 수를 알려 주는 아이콘이 붙어 있는 점 등도 트위터를 떠올리게 한다. 트위터를 그대로 이어받은 게 X이긴 하지만, 트위터 마니아들은 X보다 블루스카이가 트위터와 더 닮아 있다고 본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블루스카이의 피드 화면과 로고. 블루스카이의 사용자 환경은 엑스(X)의 전신인 트위터와 유사하다.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며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나 원형 프로필 사진, 콘텐츠마다 댓글과 좋아요, 공유 수를 알려 주는 아이콘이 붙어 있는 점 등이 트위터를 연상시킨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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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X도 트위터의 기본 골격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블루스카이와 현재의 X는 여러 굵직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블루스카이의 경우 특정 이용자 차단이 가능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증오 또는 극단주의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한 조정팀을 두고 있다. 머스크에게 인수된 뒤 무려 80%의 인력을 정리해고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조정팀을 해체했던 X와는 대조적이다.
또 머스크의 인수 이후 X가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포함하는 게시물을 노출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알고리즘을 도입한 반면, 블루스카이는 링크가 들어 있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는다. 외려 "원하는 만큼 링크를 게시하라"고 블루스카이는 독려한다.
'이용자의 흥미를 끌 만한 콘텐츠'를 계속 보여줌으로써 스크롤을 멈출 수 없도록 만드는 X와는 달리, 블루스카이는 이용자가 팔로우한 사람들의 게시물만 최신 글부터 시간순으로 노출한다. 광고와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독을 유발하는 알고리즘을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는 기존 SNS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이처럼 알고리즘이 강요하는 게시물이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게시물을 보여 주는 정책은 'X 탈출'을 결심한 이들이 블루스카이로 몰려들게 만드는 결정적 동력으로 평가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케빈 루즈는 "SNS에 지친 사용자들에게 블루스카이는 '재설정' 버튼 같은 존재"라며 "더 순수하고 덜 부담스러운 SNS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X가 점점 더 '보수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미 이용자 유입 흐름을 타기 시작한 블루스카이가 계속 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산형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표방하는 '블루스카이'의 로고. 블루스카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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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 모이는 '단일 SNS' 시대는 갔다"
하지만 단기간의 급성장은 만만찮은 성장통을 동반한다.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일이 부쩍 잦아지고, 문제적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인 사칭 계정이나 인공지능(AI)이 운영하는 봇 계정, 가짜뉴스를 퍼뜨릴 목적으로 생성된 계정 등의 증가 속도가 조정팀의 감시 속도를 크게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플랫폼이 진보주의자들만의 폐쇄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는 보수성향 칼럼니스트 제시 싱걸이 블루스카이에 가입하자 3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가 그의 계정 삭제를 요구하고 나선 일이 있었다. 그들은 성전환 비난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싱걸을 '블루스카이에서 활동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블루스카이는 "플랫폼 외부 활동을 근거로 계정을 삭제하지 않는다"며 갈등에 개입하지 않았으나, 싱걸은 블루스카이에서 가장 많이 차단된 이용자에 등극하며 사실상 '배척된' 상태다.
테크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블루스카이가 '넥스트 트위터'가 아닌, 'X의 대체재'가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SNS 전문가인 테크매체 더버지의 데이비드 피어스 특별 편집자는 "트위터는 가장 크거나 성공적인 SNS가 아니었지만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정의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소통하기 위해, 정부나 기관들이 긴급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용하던 곳이었다. 뉴스가 처음으로 공유되는 장소이자, 유명인사 또는 브랜드가 나와 직접 소통할 가능성도 가장 큰 플랫폼이었다"고 분석했다. 피어스는 "종종 엉망으로 운영될지언정, 온라인상에서 '지금'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피어스는 결과적으로 "트위터의 종말에 이은 블루스카이의 부상은 모두가 한데 모여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 즉 '단일 SNS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향후 SNS 이용자들은 관심사와 성향, 필요 등에 따라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X에서, 반대로 X의 분위기가 싫은 이들은 블루스카이에서 각각 소통하고 실시간 소식은 모바일 메신저로 나누며, 일상적 정보는 레딧이나 디스코드 같은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식으로 여러 SNS가 공존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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