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5개 공항의 지난해 영업이익/그래픽=김현정 |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 공항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추가 공항 건립을 앞다퉈 요구하고 있다. 공항 설립과 운영 예산이 시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구조인 만큼 '눈먼 돈'을 차지하려는 지자체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규 공항을 짓고 운영하는 데에 따른 지자체의 책임을 이전보다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30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5325억원), 김포국제공항(360억원), 김해국제공항(369억원), 제주국제공항(606억원) 등 4개 공항만이 흑자를 기록했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를 냈다. 특히 대구국제공항을 제외한 광주공항, 울산공항, 청주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여수공항, 사천공항, 포항경주국제공항, 군산공항, 원주공항 그리고 무안국제공항 등 10개 공항은 2014년부터 10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
특히 이번에 참사가 일어난 무안국제공항의 2023년 적자 규모는 253억원으로 가장 컸다. 지난 11월에는 138개 항공편을 통해 2만7030개 좌석이 공급됐는데 이 중 2만834명만 이용하는 데 그쳤다. 2023년 한 해 이용 승객수도 23만2760명 수준이었다. 개항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예상치의 2% 승객만이 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양양국제공항은 개점휴업 상태다. 이 공항은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서며 '유령공항' 상태가 됐다. 플라이강원은 2016년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립됐는데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영업 악화로 2023년 5월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엔 16개 항공편을 통해 2315명의 승객만 이 공항을 이용했다. 국내에 있는 8개 국제공항의 월 이용객 중 0.03%만이 양양국제공항을 거쳤다.
항공업계에서는 공항의 건설부터 운영까지 국비가 들어가다 보니 초기 수요 예측 등 분석이 낙관적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지역별로 공항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실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공항 상당수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신규로 건설이 추진되는 공항만 10개에 이른다. 지난 11월에는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의 후보지로 화성시 화성호 간택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을 발표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국제공항 신규 건립은 2022년 경기도지사로 뽑힌 김동연 지사의 선거 공약이다.
전문가들은 공항 건립이 지자체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어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현재 국내에서 공항은 건설 단계부터 운영까지 예산이 전액 국비로 조달된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지자체와 지역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공항 난립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윤문길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수요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공항이 지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일시적으로 건설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것 말고는 없다"며 "공항을 살리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적자를 보고 있는 11개 공항도 지자체의 자원이 투입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며 "앞으로 지어지는 새 공항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건설, 운영 단계 모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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