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허베이성 한단시 중급인민법원은 같은 반 왕모(13)군을 살해한 혐의(고의살인)로 기소된 장모(13)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중국에서 미성년자에게는 사형선고를 금지하고 있어 무기징역이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리모(13)군에게는 징역 12년형을 선고했으며 다른 피고인 마모(13)군은 특별교정교육을 받게 했다.
동급생에 살해된 왕모군. 하오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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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장군과 리군이 사전에 살인을 모의하고 시신을 매장하는 등 수법이 특히 잔인하고 사건 정황이 악질적이었다면서 “이들은 범행 당시 만 12세 이상, 만 14세 미만으로 형법에 따라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고인들 가운데 장군은 살인을 제안하고 미리 범행을 준비했으며 피해자를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책이 두드러진 주범이고, 리군은 적극적으로 모의하고 살인행위에 가담했으나 장군보다는 죄책이 적다고 판단했다. 또 마군은 살인을 목격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 카드를 없애는 데 일조했지만 구체적인 가해행위는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되 특별교정교육을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군 등 3명은 지난 3월 왕군을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비닐하우스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미리 구덩이를 파놓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범행현장에서 빠져나온 뒤에는 왕군의 돈을 나눠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평소에도 왕군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괴롭힘을 일삼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왕군이 평소 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용의자들이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은 2020년 형법을 개정해 형사 책임 연령을 기존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춰 이듬해부터 적용했다. 12∼14세 용의자가 ‘특별히 잔인한 수법으로’, ‘심각한 가해를 가한 경우’ 최고인민검찰원의 승인을 받아 기소될 수 있고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새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적용한 첫 사례가 됐다.
2020년 형법 개정 역시 형사 미성년자의 잔혹한 범죄 때문이었다. 2019년 다롄에서 13세 소년이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형사 책임 연령 하향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이 소년은 나이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교화와 재교육’ 처분만 받았다.
피해자 가해자 다니던 학교. CC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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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유수아동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됐다. 유수아동은 부모가 다른 지역에서 일하느라 떨어져 살며 조부모 등 친척의 손에 맡겨진 아이를 말한다. 부모의 돌봄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오랜 시간 방치돼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래 집단의 괴롭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수아동은 1980년대부터 급증한 농민공(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난 농민) 자녀들이 농촌에 남겨지면서 생겨났다. 이들은 다른 호적지로 이동을 제한하는 중국 후커우(호적) 제도 때문에 도시에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없어 고향에 남는다. 지난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과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국에는 6693만명의 유수아동이 있었고, 이 중 4177만명이 농촌 지역에 거주했다. 지난해 중국 교육부는 의무교육 단계에 있는 유수아동만도 1555만6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떨어져 자라는 농민공 자녀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거나 괴롭힘·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방치된 유수아동이 스스로를 해친 사례도 있었다. 2015년 6월 구이저우성 비제시의 한 농가에서는 부모 없이 지내던 5세, 8세, 9세, 14세 4남매가 농약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은 “죽음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는 유서를 남겼다. 아이들의 부모는 농민공이었으며, 이들은 1년 넘게 한 차례도 아이들을 보러 오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중국 정부는 2016년 ‘유수아동 보호 강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유수아동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유수아동의 각종 문제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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