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관저에 틀어박혀 수사도, 압수수색도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굴절시키는 데만 골몰해온 윤석열에게 극우 세력의 발호는 단비 같은 소식일 것이다. 윤석열은 마지막 담화에서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예서 ‘국민’은 강성 지지층, 극우 세력일 수밖에 없다. 엄연한 내란을 부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을 정상화하고 부정선거 음모를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확신하는 세력은 극우밖에 없다. 윤석열은 결집 기미를 보이는 강성 지지층과 극우의 지지를 바람막이 삼아 싸우려들 것이다. 국민의힘이 앞장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저지시켰다. 시간끌기를 넘어 탄핵심판 무산까지 도모하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로 일순간에 보수를 궤멸 지경으로 내몬 윤석열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호기를 부릴 수 있는 건, ‘도로 친윤당’이 된 국민의힘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직무정지가 된 상태에서도 윤석열은 한동훈 대표 사퇴에 매달렸다고 한다.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이 남아 있는 한 자신의 의도대로 국민의힘을 방패막이로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윤이 장악한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당’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윤석열 비호에 총력전을 벌인다. 무리한 감싸기를 하다보니, “대통령 노력 덕에 사상자가 없었다” “실패한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 등 궤변과 반헌법적 발언이 판을 친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를 당론으로 반대한 데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을 저지하는 등 탄핵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파면 결정을 피할 수 없으니 최대한 시간을 끌며 기회를 보자는 심산일 터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고,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증폭될 것이란 기대다. 허망한 기대이기 십상이나,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의 규모에 고무된 분위기다.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윤석열의 계엄 당일 충격적인 행각이 드러났다. 윤석열은 계엄 당시 경찰청장에게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하고 잡아들여라”라고 했고, 수방사령관에게는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것을 이만큼 증거하는 것도 없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했다는 정황까지 들어 있다. 이런 경악할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국민의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외려 계엄 주동자 김용현 측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 내란 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했다.
친위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전복시키려 한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 온갖 궤변으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감싸고 내란을 부정하는 국민의힘은 더는 보수를 대표할 수 없다. 계엄에 찬성하는 강성 지지층, 극우를 대변하는 극우정당일 따름이다. 오죽하면 보수 논객 조갑제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미치광이 역적 대통령을 제명도 못하는 국민의힘은 이적단체”라고 했을까 싶다.
국민의힘이 내란 사태 국면에서 무모할 정도로 반동의 길을 질주하고 있다. 혹여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잊고 또 찍어준다”(윤상현)는 생각이라면, 오판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과는 비할 수 없는 내란의 문제다. 1년은커녕 10년이 지나도 잊힐 수가 없는 사안이다.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 내란 우두머리 탄핵에 반대한 정당이라는 주홍글씨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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