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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제주항공참사 '2차 외상' 우려…"영상 노출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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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청소년 등 취약대상은 더 주의 必"

"신원 확인 등 장례 난항 예상…유가족 '애도' 지원 중점"

정부, 전날 트라우마센터 중심으로 '통합심리지원단' 꾸려

'음모론' 등 우려도…미확인 정보 보도·확산 최대한 자제해야

노컷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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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대부분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관련 현장 수습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여객기가 폭발하던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 및 사진 공유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체가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장면에 노출되거나 미확인 정보 기반의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일은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3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라우마는, 살면서 불가피하게 경험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노출이 안 되면 안 될수록 좋은 것"이라며 "이는 (간접적으로 참사를 접하게 하는) 영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맨눈으로 보는 1차적인 노출 외 영상을 통한 간접적인 노출만으로도 트라우마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이 많은 연구(결과)에 나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제주항공 7C2216편은 전날 오전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객실 승무원 2명 외 탑승자 전원(17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급 항공참사다 보니, 사건 초반 일부 방송사 등은 제보영상 등 사고현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해당 영상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2차 외상(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 센터장은 이에 대해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이라든가 정신적으로 아직 충격에 취약할 수 있는 대상들에 대해서는 그런 정보에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직업상으로나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는 있지만, 반복해서 보게 되면 그 효과는 누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참사 직후 '코드 오렌지'를 발령한 보건복지부는 현장 응급의료 지원과 동시에 장례 및 유가족·부상자 심리 지원 등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코드 오렌지는 총 4단계인 재난의료 대응단계 중 3단계('경계')에 해당한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주축으로 약 180명 규모로 구성됐다. 참사 당일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회의를 연 정부는 지원단을 통해 심리적 응급처치와 심리상담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쉰 목소리로 통화에 응한 심 센터장은 "현재 무안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트라우마센터, 전라남도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한적십자사에서 위탁 운영 중인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들이 통합심리지원단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지원단이) 벌써 공항에 나가 있고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주도해 오늘 회의를 연다. 회의 직후 바로 업무 분장해 심리 지원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단은 거의 사망자만 속출한 이번 참사 특성을 고려해 유가족들의 원활한 '애도'를 돕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심 센터장은 "(참사 관련 당사자들이) 다 유가족이시기 때문에 사건의 충격을 잘 소화하고 애도하실 수 있도록 심리 지원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신도 많이 훼손되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되는데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의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당하시지 않도록 돕겠다"며 "그런 부분에선 언론에서도 도와주실 일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상 '음모론' 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심 센터장은 "사고 초반 (유족들을 걱정하는) 허니문 기간은 굉장히 짧고, 이후엔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유가족들은 사실 '중립적'인 얘기에도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언론이 참사 진상규명과 관계없는 정보는 최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온라인 기사 관련 댓글 창을 닫는 것도 '자정 작용'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유가족 등에 대한 급성기 재난심리지원 이후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은 별도로 장기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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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저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무안공항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에게 신속한 수습을 약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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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라남도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사고로 인해 부상당하신 분들에게 적극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 분들께는 심리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남도·광주시의사회는 유가족들의 깊은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정신건강전문의들이 참여하는 정신과적 상담, 심리 및 약물치료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과 유가족뿐만 아니라, 사고 소식을 접한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특히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영상을 통해 접한 분들은 2차 외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상이나 뉴스에 대한 지속적 노출은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국민들께서도 영상과 사진 공유 등을 자제해주시길 바란다"며 "언론 단체는 재난 상황 보도에 있어 신중을 기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2022)에서 "보도 시 심리적 고통을 가중할 수 있는 표현이나 자료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수식어 사용은 지양하고, 사고 장면이나 유사사건 자료의 반복적 송출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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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2022) 중 발췌. 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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