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서울의 봄' 관람 후기 눈길
12·3 내란사태 "비열한 쿠데타" 규정
막아낸 한국인들에 "마음 뜨거웠다"
"도모유키 역시 그날 밤을 지새웠다"
대통령 윤석열(왼쪽)과 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8일째인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야광봉을 흔들고 있는 시민들. 박종민 기자·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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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력 문학상인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오에 겐자부로 상 등을 잇따라 거머쥔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가 영화 '서울의 봄' 관람 후기를 전하면서 대통령 윤석열이 벌인 12·3 내란사태를 "비열한 자기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를 막아낸 한국 시민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호시노 도모유키의 해당 후기를 번역해 SNS로 소개한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김석희 교수는 2일 CBS노컷뉴스와 나눈 통화에서 "도모유키는 그날(12·3 내란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3일 밤부터 이튿날인 4일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밤을 지새우면서 나와 계속 연락을 취했다"며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한국에 친구를 둔 다른 나라 사람들 역시 과거 (한국 독재정권 아래 자행된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오레오레', 소설집 '식물기' '인간은행'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호시노 도모유키의 '서울의 봄' 관람 후기는 전날 김석희 교수 SNS를 통해 공유됐다.
도모유키는 이 글에서 "'서울의 봄'을 다 보고 나니 해가 바뀌어 있었다"며 "내게는 '서울의 봄'이 2024년 한 해를 총괄하는 그런 영화 같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가을,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친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멋진 새 친구도 많이 생겨서 정말이지 '임파워먼트'됐다"며 "그래서 내 마음의 일부를 한국에 두고 왔고, 한강 씨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강 씨의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직후에 대통령 스스로 쿠데타 미수를 일으키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진 해였다"며 "그리고 연말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비행기 사고. 지금도 세상을 떠난 사람과 작별하지 못하고 공항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지난해 말 한국 사회를 회고했다.
"치열하게 몸 던져 민주주의 지켜낸 한국 사람들"
일본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 문학세계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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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도모유키는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 캐릭터에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서울의 봄'의 마지막 국면에서 주인공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남은 부하 100명만으로, 쿠데타 성공 직전에 있는 전두광(전두환이 작품 안에서는 이 이름으로 나온다)과 대결을 벌인다. 그때 심복 부하가 '더 이상 무리이니 병사를 헛되이 죽게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다. 이태신은 '우리는 군인이다. 무엇 때문에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인가? 이런 폭거를 막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말하며 전두광의 부대 쪽으로 향한다."
이를 두고 그는 "합리적인 판단은 아닐지 모르지만, 영화 속 이 장면은 무모한 쿠데타에 대해 자기 보신만 꾀하느라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않은 군 간부나 정치인들을 향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쿠데타를 막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는 이태신의 의지와 안타까움을 담은 외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모유키는 "(이태신의 태도는) 합리적인지 여부를 떠나,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쿠데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라며 "1980년의 광주 사람들은 이 영화와 비슷한 선택을 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그 일을 떠올리며 이 장면을 봤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있을 수 없는 비열한 자기 쿠데타가 혹시라도 성공할까봐 지켜보기 힘들었다"면서 "또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몸을 던져 (민주주의를) 지켜냈는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뜨거웠다"고 강조했다.
도모유키의 '서울의 봄' 관람 후기를 두고 김석희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도모유키는 한국 작가 가운데 한강을 가장 좋아하는데, 광주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며 "그러다 보니 (12·3 내란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그 역시 감정이입이 돼 '혹시 전두환 때처럼 쿠데타가 성공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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