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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MT시평]인수합병 활성화와 버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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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으로 선회해 금리인상을 시작한 2022년 이후 기업 인수·합병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글로벌 인수·합병 거래규모는 36% 감소했고 이듬해인 2023년에도 12% 추가로 줄어들었다. 사모펀드(PE)의 차입매수(LBO) 투자도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였다. 2023년 글로벌 차입매수 거래규모는 전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분야의 거래가 위축된 가장 큰 이유는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인상이었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인수·합병과 차입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산정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지자 인수사업 추진의 매력도가 반감됐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고조가 초래한 경제적 불확실성 심화도 인수기업 가치산정의 어려움을 배가했다. 더불어 자산시장에서 가격변동성이 크게 상승해 기업의 증시 신규상장(IPO)도 대폭 감소했다. 미국 증시에서 신규상장 건수는 2022년 전년 대비 80% 줄었다. 신규상장이 위축되면서 사모펀드의 신규투자도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반독점 규제의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진보적 성향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집권 이후 줄곧 반인수·합병 정책을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리나 칸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특히 빅테크의 인수·합병 추진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메타플랫폼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규제강화로 인한 법률적 비용의 상승은 인수·합병 위축으로 이어졌다. 인수·합병이 전체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은행의 실적도 성장세가 둔화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인수·합병 시장의 기류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규제완화를 핵심 슬로건으로 대선에서 압승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리나 칸의 후임으로 공화당원 앤드루 퍼거슨 현 FTC 위원을 선임했다. 더불어 트럼프가 정부개혁부(DOGE) 수장으로 임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금융감독부문을 중심으로 정부규제 혁파를 추진한다.

트럼프의 지원사격 아래 FTC의 반독점 규제가 약화하면 인수·합병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완화 기류가 완연해지면서 차입매수와 사모펀드에 대한 대출도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금리인하를 지속하고 통화완화 정책으로 선회한 것도 인수·합병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도가 큰 인수사업에 대한 대출도 증가해 이 분야의 거래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증시의 우회상장이나 신규상장도 증가해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다시 한번 폭발적 상승세를 재연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반면 트럼프의 관세인상, 물가불안과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은 경기둔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실물경기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오래갈 수는 없다. 규제완화로 형성된 자산시장의 거품붕괴 압력도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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