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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1480원 뚫린 원화값…“1500원 돌파할 것” 경고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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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500원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외환당국은 섣부른 조기 개입 대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DI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화 가치는 지난 27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장 중 1480원선이 깨졌다.

전문가들도 1500원선이 깨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일찍 1500원선을 터치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트럼프 리스크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대내적으로 탄핵 정국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불행한 일까지 발생하면서 경기 심리가 위축돼 원화 약세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 시장에서 ‘팔자’에 나선 것도 원화 약세를 압박하고 있다. 기재부 국채시장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4일부터 27일까지 한국 국채(선물 3·5·10·30년물 기준) 17조1180억원을 순매도했다. 11월엔 13조1964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최근 6개월(6~11월)로 보면 약 50조7450억원을 순매수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한국 국채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팔자’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 수차례 개입에도 원화값 하락 못막자…추가 대응 ‘신중모드’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환율은 상승)하면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강달러가 비용 부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환율 개입엔 신중한 모습이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된 원인인 만큼 단기적 대응책의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섣불리 개입했다가 추후 대응 수단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당국은 수차례에 걸친 구두 개입성 발언과 함께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규모를 확대하는 등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최근 환율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KDI도 “한국은 자율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환율을 방어할 실탄인 외환보유액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억 달러로, 2021년 10월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3년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500원선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해봤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보유액이 3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을 서둘러 줄이는 것만이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를 최대한 안심시키는 한편, 정치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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