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아 1차 착륙에 실패한 후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공항 외벽 구조물에 충돌한 후 커다란 화염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이 사고 43분 만에 초기 진화를 마쳤지만 형체 대부분이 불에 탔고, 기체 후미에서 구조한 2명을 제외한 탑승인원은 모두 사망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암투병 후 크리스마스 패키지로 여행을 떠난 어머니 사연 등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 사고 영상들을 보면 활주로에 접근하던 사고 여객기는 착륙 전 오른쪽 엔진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한 원인도 랜딩기어 미작동 때문인지, 엔진 이상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비행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경고 2분 후에 조종사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조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다. 미국 보잉사의 ‘737-800’ 기종인 사고기는 국제적으로 많이 판매됐고 사고 소식이 잦았던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이 기종을 운용 중이기도 해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랜딩기어 고장 이후 기장과 관제탑의 대처는 어땠는지, 버드 스트라이크를 방지하기 위한 공항 측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조그마한 실책·실언 하나가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피해자 수습과 장례 준비, 유가족 대책, 사고 조사, 무안공항 이용객 불편 해소 등 시급을 요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과 탄핵으로 국정이 혼란스러우나 정부는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제주항공 역시 원인 규명과 피해자·유족 보살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과 군 장병들이 사고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무안/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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