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美 현지 마트서 품절대란
국내 식품시장 내수 침체 직격탄
기후플레이션까지 덮쳐 '이중고'
소비 양극화에 중가 제품은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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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유통·식음료 업계는 격변의 해였다.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은 라면, 만두,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을 비롯해 냉동김밥 등을 중심으로 도약기를 맞았다. 해외 수출액도 라면은 30%, 과자와 음료는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본격적인 수출시대를 맞았다. 치킨, 햄버거, 베이커리 등 K프랜차이즈도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지역으로 뻗어 나갔다. 반면 '기후플레이션'으로 밀가루, 카카오, 커피원두 등의 원재료 가격 상승과 환율인상, 국내적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 인상 등이 겹치며 전방위적 물가상승이 불가피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소비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한층 어려움을 겪었다.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는 성장세를 이어가며 유통산업 주도권을 강화했다. 백화점은 대형화 전략을 통해 단일점포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고, 마트도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 마케팅을 전개해 생존전략을 모색했다. 패션·뷰티 업계는 내수침체의 악재 속에 신진 브랜드의 글로벌 약진이 두드러졌다. <편집자주>
올 한 해 K푸드는 내수 침체 속에 해외에서 선전하는 '내저외고(內低外高)' 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라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수출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미식의 끝'이라 불리는 파인다이닝 한식 등도 인기를 끌었다. 다만 국내 식품 및 외식 시장은 원자재 값 상승 여파 속에서도 정부 압력 등으로 '눈치 가격인상' 등 물가 딜레마가 이어졌다.
■K푸드, 글로벌 트렌드로 안착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K푸드의 글로벌 흥행은 잠깐의 유행이 아닌 글로벌 대세로 굳어졌다. 과거 '비빔밥' '김치' 같은 특정 제품의 인기가 아니라 가공품부터 파인다이닝까지 한국의 식문화 전체가 인기였다.
대표적으로 K라면은 올해 11월까지 수출액만 11억3800만달러(약 1조68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K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수출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라면 수출의 중심에는 '불닭볶음면'을 히트시킨 삼양식품이 있었다. 미국의 한 소녀가 까르보불닭을 선물로 받고 울음을 터트린 바이럴 영상, 덴마크 식품 당국이 '너무 매워' 리콜 조치를 했던 사건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농심 역시 '신라면'을 앞세워 해외에서 K라면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건강 식품이라는 인식 속에서 한국의 냉동김밥도 미국 시장을 휩쓸었다. 미국 현지 마트 채널인 '트레이더조스' 등을 통해 판매된 한국 냉동김밥은 SNS 등을 통해 바이럴 되면서 품절 대란을 겪었다. 실제로 올해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11월 기준 39% 이상 증가했다.
과거 프랑스 요리, 일본 초밥이 유행한 것처럼 최고급 한식 요리도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었다. 미식의 천국 뉴욕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월드 50 베스트레스토랑'에서 올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레스토랑은 현재 미슐랭 2스타를 유지 중이다.
박정현 아토믹스 셰프는 한국을 찾아 "미국 현지의 셀럽들이 한식 파인다이닝을 찾고 '들기름' '고추장' 같은 한국어로 적힌 한국 메뉴를 먹어 본 것을 자랑한다"며 한식 인기를 전했다.
K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진출도 활발했다. BBQ 치킨은 미국 전체 50개주 중 30개주에서 K치킨을 판매 중이다. BBQ는 전 세계 57개국에 700여개 매장을 냈고, bhc와 교촌치킨 등도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파리를 비롯한 유럽, 미국 등에 매장을 냈고, 뚜레쥬르도 미국 조지아주에 현지 공장을 건립하는 등 K베이커리 확장에 나섰다. 토종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일본 시부야에 매장을 오픈해 두 달 만에 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초기 호응을 얻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에 가격 인상 딜레마
올해 원재료 값 인상,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식품사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많았다. 특히 기후이변으로 초콜릿의 원두인 카카오와 커피 생두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은 이달 19일 t당 약 1757만원으로 직전 달 대비 41.4%, 연초 대비 183.2% 상승했다. 이 때문에 초콜릿 가공 식품을 판매하는 오리온,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은 관련 제품 가격을 10% 안팎 인상했다. 커피 원두 가격 상승으로 동서식품, 스타벅스 등 커피 업체도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외식 물가 상승의 주역으로 꼽힌 배달플랫폼 수수료 논쟁도 치열했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매출 규모별 차등 수수료 적용에 합의했지만 이중가격제 등 여전히 자영업자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물가인상과 경기 침체로 올해 소비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와인 등 명절 선물세트 양극화는 물론 기호품인 커피도 프리미엄과 저가 브랜드로 양분화가 강해졌다.
와인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3만~5만원대 중가 와인 판매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1만원대 저가 와인과 10만원대 이상 고가 와인 판매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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