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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이제는 살아도 죽어도 문제다"…통곡 가득한 무안공항[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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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9일 오후 2시쯤 전남 무안 국제공항 1층에 탑승자 유가족 약 400명이 모여있는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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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었을 때는 남 일인 줄 알았어요."

29일 무안국제공항 착륙 도중 폭발한 제주항공 2216편 탑승자 가족이라고 밝힌 광주광역시 출신 60대 남성 A씨는 충혈된 눈으로 이같이 말했다. 매형이 비행기에 탔다는 그는 "너무 답답하고 화나서 술도 마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내 친구 아들 중에 한명이 소방관인데 갑자기 아침에 '삼촌, 아침에 비상 상황이라 갔는데 무안에서 사고 났대'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직후에 곧바로 가족 톡방에서 알림이 울렸다"며 "일하다 말고 전부 다 팽개쳐놓고 일단 왔다"고 했다.

A씨는 "매형이랑은 평소에 교류가 잦았다"며 "지역에서 많은 좋은 활동을 하셨고 봉사 정신이 있으신 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신원 파악이 된 분들이 부럽다"며 "아마 그분들은 (시신이 상대적으로) 온전하게 수습이 됐기 때문에 빨리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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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5시45분쯤 공항에서 대기하는 유가족들. /사진=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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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국제공항에서는 울음과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70대 여성 B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오열했다. B씨는 "나한테 (비행기 타기 전에) 온다고 다 보내놨는데"라며 "지금 상황 보면 죽어도 살아도 문제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오후 1시쯤 공항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공항 1층에서 대기했다. 한 유가족은 이동하다 다른 가족을 만나자 바닥에 주저앉아 부둥켜안고 울었다. 한 70대 여성은 계단을 내려오다 몸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기도 했다. 남편으로 보이는 70대 남성이 여성을 부축했지만, 그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또 다른 70대 여성은 쉰 목소리로 "우리 딸 없으면 안 된다"를 반복하며 흐느꼈다.

상황 파악이 늦어지자 유족들은 울분을 토했다. 오후 2시30분쯤 한 유가족은 "우리가 지금 4시간째 여기 있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1층으로 우리를 다 이동시켜서 TV(텔레비전)만 보고 있으라는 거냐"고 했다. 이어 "4시간 동안 브리핑을 단 한 번 받았다"라며 "우리가 유가족인데 TV를 통해 상황을 알게 되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오후 3시10분쯤에는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이 현장에 방문해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에는 △국토부 △행안부 △소방 △경찰 △보건소가 참여했다. 이 청장은 "브리핑을 30분 간격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신원 파악에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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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난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구급대원들이 기체 내부 탑승객 수색을 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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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2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희생자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주저 앉아 눈물을 흘렸다.

소방 당국은 신원 확인이 사고 발생 이후 7시간 정도 걸린 이유에 대해서는 "과학수사대에서 40명 정도 나와서 신분증과 지문을 확인에 나섰다"며 "시신이 훼손된 분이 있고 신분증을 소지한 지도 확인해야 해서 신원 확인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활주로에 특수거품 '폼'을 깔지 않은 이유 △ 대체 활주로를 알아보지 않은 이유 △연료 소진 여부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우주학과 A교수는 "동체 착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항 측에 준비를 시킨다"며 "소방차는 폼을 활주로에 뿌려 안전하게 비행기가 내려 충격이 덜 가게 한다. 그런 상태도 아닌데 왜 동체 착륙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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