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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총 쏴서라도 끌어내라” 해도, 더 노골적으로 ‘윤석열 비호’하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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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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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는 등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발언과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윤 대통령을 더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은 없고 야당을 향한 억지 공격으로 극우보수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향해 “국정안정을 짓밟고 국정테러를 선택했다”고 맹비난했다. ‘연쇄탄핵범’ ‘탄핵인질극’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나라를 망쳐서라도 권력을 얻겠다는 비열한 욕망을 날 것으로 보여줬다”고 소리 높였다. 이날 본회의 개의 전 오전에 열린 민당정협의회에서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탄핵안을 강행하려 한다며 “이게 내란 아니냐. ‘내란 수괴’가 도대체 누구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무죄추정 원칙’을 앞세워 줄곧 반발해왔다. 이제는 내란 부정을 넘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과 이를 옹호하는 세력을 탄핵하겠다는 야당을 향해 ‘내란’이라고 역공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윤상현 의원은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살리는 의로운 투쟁을 하기로 마음을 굳게 결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소추안을 또 막아내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참가자들을 향해 큰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꾸준하게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당내 중진 인사들의 메시지는 더 거칠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8일 SNS에 “계속 탄핵해서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어 봐라. 이런 게 바로 입법내란이고 국헌문란”이라고 적었다. 29일에는 조경태·김예지·김상욱 의원 등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온 당내 소수파를 직격하며 “뱀을 약 올리며 잡아먹어 달라는 독두꺼비를 연상시킨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들 의원 3명을 조속히 징계해야 한다며 “(의원 수) 108명이나 105명이나 상관없는데 망설일 게 뭐 있나. 전열을 흩트리는 회색분자는 떨쳐내자”라고 덧붙였다. 당내 이견을 찍어 누르고, 탄핵 반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에워싸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표결을 비난하던 동안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구속기소하고, 공소장 내용을 공개했다.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끌어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등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계엄군 지휘관들에게 지시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담긴 윤 대통령 지시와 관련 비판 논평 하나 없이 침묵 중이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검찰 발표 당일 관련 질문에 “수사나 재판에 관한 상황은 있는 그대로 존중하겠다”면서도 “저희가 코멘트 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비판하기는 커녕 비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진짜뉴스 발굴단은 27일 김 전 장관 측 입장문을 취재기자단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검찰 기소 내용을 ‘픽션’이라고 부인한 김 전 장관 측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했다. 박상수 전 대변인, 류제화 당협위원장이 이를 비판하고 나서자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다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일부 저명한 헌법학자들도 내란죄에 이르는 폭동은 없었다고 보고 있으므로 국민의힘 스스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짓고, 우리 당을 ‘스스로’ 내란정당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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