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내 외국인 비자 발급 두고 '마가'와 실리콘밸리파 내분
머스크 "미국을 강하게 만든 사람들, H-1B 비자 덕분에 존재"
트럼프 "난 H-1B 비자 신봉자, 내 부동산회사에도 비자 많아"
(브라운스빌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우주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빨간색 ‘MAGA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십의 여섯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설명하고 있다. 2024.11.2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브라운스빌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행정기 2기 출범을 앞두고 공화당에서 외국인 비자 발급 정책을 둘러싼 내분이 일었다.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트럼프의 극우 보수층이 이민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등 실리콘밸리파가 전문직 비자(H-1B)는 예외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머스크의 손을 들어주고 나서야 갈등은 일단락됐다.
2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로 "나는 H-1B 비자의 신봉자"라며 "내 부동산에도 많은 H-1B (비자를 가진 노동자)가 있다. 난 항상 비자를 좋아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해외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비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머스크와 '미국인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마가의 신경전이 이어진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가 사실상 머스크에 판정승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논란의 시작은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트럼프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AI(인공지능) 수석정책 고문으로 크리슈난을 내정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그러자 크리슈난이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자"고 주장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마가 골수 강경파들인 로라 루머는 "트럼프의 마가 정책에 직접 반대하는 의견을 지닌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는 것이 무척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지냈던 스티븐 배넌은 "H-1B 비자 확대는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돈을 덜 지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밀워키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1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4.11.0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밀워키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에 머스크가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엑스에 "경멸스러운 바보들은 공화당에서 축출돼야 한다"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또 "내 회사 스페이스X와 테슬라, 그리고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에 합류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이 미국에 있을 수 있었던 건 H-1B 비자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비자 논쟁의 이면에 공화당 내 권력 투쟁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함께 했던 전통 지지층과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파 사이에 갈등이 표출됐다는 것.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을 맡은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백악관 'AI·가상화폐 차르'에 내정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도 머스크를 지지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2020년 트럼프 1기 재임 당시에는 H-1B 비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었다"며 "머스크의 편을 든 트럼프의 발언은 트럼프가 기술거물(머스크)과 가까워진 또 다른 사례"라고 짚었다. 미 정치전문지 악시오스도 "한 때 백인 저학력 노동자 계층을 통해 힘을 얻은 트럼프가 이제는 대다수가 이민자 출신인 기업가 또는 기술자들의 지지하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