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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새 무리와 정면충돌" 목격담…버드 스트라이크가 1차 원인 [무안 제주항공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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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가 1차 원인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다만 충돌 이후 상황을 고려하면 엔진 결함 등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앙일보

29일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여객기가 추락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비행기 탑승객과 가족이 사고 직전 나눈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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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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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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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남도소방본부 무안소방서장은 “(항공기 측이) 관제탑과 공항 무전을 하면서 (버드 스크라이크 발생 등) 그런 내용이 있었다”며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등 기상악화 등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은 추후 관계기관과 합동조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표 내용은 사고 목격담과도 일치한다. 무안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던 정모(50)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며 “(이후) ‘펑’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다. 무안국제공항 인근엔 113.34㎢의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갯벌에는 철새의 먹이가 많고 휴식할 곳도 많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지난해 전국 14개 공항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 건수는 총 13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8월∼10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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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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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는 623건에 이른다.

지난 1월 10일엔 일본 도쿄에서 출발한 티웨이항공 216편이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는 복행(復行)했다가 엔진에 빨려 들어간 새가 다 탄 뒤에 정상 착륙했다. 복행은 착륙하려던 항공기가 정상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다시 이륙하는 것을 뜻한다.

1월 24일에도 청주국제공항에서 대만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이륙하던 이스타항공 781편 항공기가 활주로를 달리던 도중 조류와 충돌했다. 다만 이번 사고와 달리 기존 조류 충돌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티웨이·이스타 조류 충돌 사고 땐 전원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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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새와 부딪친 뒤 착륙을 시도했지만, 랜딩기어(Landing Gear)가 전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닿은 채 약 10초간 직진했다. 이후 지상을 질주하던 여객기는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끝단의 외벽을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긴급브리핑에서 “조류 충돌 이후 복행(復行)하는 과정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새떼 충돌과 더불어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사고 여객기인 제주항공 7C2216편을 이용한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동이 몇 차례 꺼지는 현상이 있었다”며 “불안해 승무원에게 이야기했는데, 별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사고 수습 이후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 조사를 명확하게 해봐야 한다”며 “최근 정비 이력과 관련해 특이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안=황희규 기자,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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