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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뉴욕 지하철서 한낮 방화살인…범인은 불체자, 美 두 쪽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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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현지시간) 오전 7시30분쯤 미국 뉴욕 코니 아일랜드-스틸웰 애비뉴 역에 정차 중이던 F 열차 안. 한 남성이 잠든 여성 승객에게 다가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후 그는 지하철 승강장 플랫폼의 의자에 앉아 불길에 휩싸여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지켜본 뒤 현장을 떠났다. 현지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했지만, 피해자는 이미 숨진 뒤였다.

최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 사건의 전말이다.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체포된 범인이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체류자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 원인을 놓고 미국 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마치 대선 기간 진영 싸움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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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법정에 들어서는 뉴욕지하철 방화살인 용의자 세바스찬 자페타(33).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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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때 추방, 바이든 때 불체자 생활



발단은 범인의 행적이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용의자 세바스찬 자페타(33)는 2018년 6월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다가 국경순찰대에게 체포돼 일주일 만에 추방됐다. 공교롭게도 ‘반(反)이민’ 기조를 분명히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집권 때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이후 그는 또 다른 불법 루트로 미국에 돌아온 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불체자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입국 날짜와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수 진영은 즉시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을 탓했다. 트럼프 2기의 ‘국경 차르’로 지명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장 직무대행은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구역 관할권 정책과 느슨한 이민법 집행으로 인해 범죄자 외국인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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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서 뉴욕지하철 방화살인 사건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했다. 사진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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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의 실세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날 X(옛 트위터)에 “바이든 정권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를 거부했고, 그 결과 한 무고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며 “당장 추방하라!”는 글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향해 “이젠 그만하면 됐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불법 이민자들을 ICE에 넘기지 않고 불법체류를 단속하지 않는 뉴욕시의 ‘보호구역 관할권 정책’을 철회하라는 촉구도 잇따르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해 뉴욕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흑인 노숙인 사건까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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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 사건 용의자 과테말라 출신 세바스찬 자페타. 자신의 범행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사진 뉴욕경찰(NYPD), 뉴욕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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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뉴욕 지하철에서 발생했던 흑인 노숙인 사망 사건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해병대 출신의 백인 청년 다니엘 페니가 열차 내에서 난동을 피우던 흑인 노숙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를 사망케 해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요주의 인물”이었다.

미국 사회에선 사건을 두고 ‘과잉 대응’, ‘인종 차별’ 주장과 공공안정을 위해 정의감을 발휘한 ‘착한 사마리아인’ 주장이 팽팽히 대립했다. 특히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보수 진영에선 페니의 정의로운 행동을 조명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결국 사건 발생 7개월 만인 이달 페니는 12명의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석방된 그는 최근 트럼프와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등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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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앞에서 페니의 유죄 판결을 주장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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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후폭풍도 거셌다. 뉴욕의 한 지역활동가는 폭스뉴스에 “당시 사건 영향으로 사람들이 (페니처럼 체포되지 않으려) 현장을 보고도 개입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방화 살인 사건 현장의 영상을 보면, 몇몇 행인들은 불이 붙은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나서지 않고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로 촬영만 하는 충격적인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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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랜도버에서 열린 육사-해사 미식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다니엘 페니,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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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범죄에도…취약한 대중교통 시스템



범죄에 취약한 뉴욕의 대중교통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화 살인 사건 이외에도 이번주 들어 서로 다른 역에서 칼부림으로 1명이 사망하고, 연인 간 칼부림이 일어나 한명이 다치는 사건이 잇따랐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주방위군 250명을 뉴욕시에 배치하고, 모든 지하철에 CCTV를 설치할 것"이라며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시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다는 일부 뉴욕 시민들의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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