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6일 밤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내란 연장 헌법파괴 한덕수 퇴진 긴급행동'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응원봉과 '내란 공범 한덕수 퇴진하라'는 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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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26일 '여야 합의'가 없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습니다.
또 27일 소추안 가결 후에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냈습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대통령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이 한 총리가 주장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이유의 주요 내용을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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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영향주는 임명하지 않는다는 원칙따라 탄핵 결정 후 임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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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6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긴급 대국민담화 및 12.17 입장문 中)
한덕수 총리는 담화에서 과거 박근혜 씨 탄핵 정국에서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을 하지 않았고, 결정이 나온 뒤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가 예로 든 헌법재판관 임명권자는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입니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당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후 상황을 확인해봤습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습니다.
탄핵심판이 시작될 때 헌법재판소는 9인 체제였습니다.
한 달여 뒤 공석이 발생했습니다.
2017년 1월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박 소장의 후임자 없이 8인 체제로 심리를 거쳐 3월 10일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흘 뒤 이정미 재판관도 퇴임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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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리가 진행 중일 때 가장 주목을 끈 건 박 소장 후임에 대한 임명 여부였습니다.
박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중 1명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후임자를 임명해 공석을 채워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여야가 합의해 박 소장의 후임자에 대한 임명절차에 합의해야 한다" (2017년 1월 29일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등)
민주당 생각은 달랐습니다.
"박한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해도 국회에서 인준을 못 받기 때문에 쓸데없는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다" (2017. 01. 31,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내대책회의)
시간 순으로만 보면 한 총리 주장과 닮은 흐름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주한미국상의·미국계 외투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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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을 더 깊게 따져보면 왜곡된 내용이란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박 소장은 대통령 몫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 제2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임명하기 전에 청문을 요청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후보자를 정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란 취지입니다.
연결 규정인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4항에선 '규정 기간 내에 헌법재판소재판관 등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않은 경우,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재판관 등으로 임명 또는 지명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청문회가 끝나면 국회의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나 의원이 주장한 여야합의가 있어야 하거나, 우 원내대표가 말한대로 국회 인준 여부는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황 대행이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을 하지 않겠다"거나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냈는지도 확인해 봤습니다.
당시 황 대행이 주관한 국무회의 회의록 전부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재판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황 대행이 탄핵 결정이 끝나고 임명했다는 이선애 재판관의 상황은 또 다릅니다.
이 재판관은 이정미 재판관 후임입니다.
탄핵심판 진행 중엔 황 대행이 임명 여부를 결정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정미 이선애 두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황 대행의 임명은 대법원장이 청문회를 거쳐 지명한 재판관에게 임명장만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 총리가 주장한 황 대행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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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구성 권한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에게 나눠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태생적으로 임명권자 각각의 이념과 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정하도록 해둔 구조입니다.
진영 논리에 맞춰 인물을 정해도 헌법재판관들은 임기가 시작되면 재판관 각자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고민하고, 9인이 평등한 관계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결론을 냅니다.
따라서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이란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한 총리가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며 그 근거로 든 황 대행과 관련한 선례는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진희〉
오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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