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컴퓨터 천재가 창업한 '듀오링고',
게임성과 무료 서비스로 어학 앱 최강자로
/사진=듀오링고 공식 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어유치원 졸업 후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영어교육 전쟁 중이다. 영어교육도 결국은 자본 싸움. 대기업 직장인이 두 아이의 영어유치원 비용을 대려고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뛰는 사례도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 중남미 출신의 그가 고민 끝에 12년 전 만든 앱은 올여름 이후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급등하며 성장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1978년 과테말라에서 태어난 루이스 폰 안은 어린시절 영어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이 있었다. 이곳 역시 영어 능력에 밥줄이 달렸다고 할 정도로 영어가 중요했다. 교육비도 비쌌다. 의사였던 폰 안의 모친도 월급 대부분을 교육, 특히 영어 교육에 쏟았다. 폰 안은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다시 빈부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직접 목격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2012년 미국 언어교육 스타트업 '듀오링고'(Duolingo)를 창업하는 밑바탕이 됐다.
폰 안은 2022년 ABC뉴스 인터뷰에서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영어에 대한 지식은 소득 잠재력을 크게 높인다. 부자들은 좋은 교육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읽고 쓰는 법조차 거의 배우지 못한다"면서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듀오링고는 광고가 포함된 무료 버전이 있다. 그는 지난 10월 BBC 인터뷰에서 "우리가 듀오링고를 무료로 유지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다. 지난달 기준 이 앱은 1억 명이 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공부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금새 딴짓으로 새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서다. 듀오링고는 이 단점을 메우기 위해 게임의 성격을 도입했다. 앱 시작화면은 학습보다 게임에 가깝다. 듀오링고 마스코트 부엉이 '듀오'와 캐릭터들이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영역 퀴즈를 번갈아 제시한다. 이 퀴즈들을 해결하면 경험치와 함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매주 전 세계 사용자가 뒤섞인 팀이 짜이고, 그 안에도 내가 그 주에 쌓은 점수에 따른 순위를 보여주며 경쟁심도 자극한다. 사용자의 학습 의욕을 북돋기 위한 퀘스트도 정기적으로 주어지고, 기본 학습 점수에 '×2' '×3'를 주는 보너스 타임도 중간중간 제공된다.
앱은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중국어, 힌디어, 아랍어 등 각국 언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학, 피아노도 추가됐다. 최근에는 오픈AI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회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창업자 폰 안은 AI 기술이 언어 교육의 평등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듀오링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듀오링고 유료 서비스를 결제하면 냉소적인 표정의 캐릭터 '릴리'와 화상 대화가 가능하다. 릴리는 일반 챗봇과 달리 지난 대화를 기억하기 때문에 과외로 회화 수업을 받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릴리에게 "난 가수 너바나를 좋아해"라고 말하면, 릴리가 다음 대화에서 이를 거론하면서 "나는 너바나 노래 중 '스멜 라이크 틴 스피릿'(Smell Like Teen Spirit)을 좋아해"라는 식으로 말을 이어간다.
지난 9월엔 '듀오링고 어드벤처'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용자가 듀오링고에 구축된 가상 시나리오 속에서 커피 구매하기, 마트에서 장 보기 등 활동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폰 안은 지난 10월 더버지 인터뷰에서 이용자가 듀오링고에서 나오는 퀴즈를 푸는 단방향 학습에서 벗어나 '어드벤처'를 통한 양방향 학습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BBC에 따르면 매일 3400만명이 듀오링고에서 언어 수업을 듣는다.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21년 2억5000만 달러(3688억원)에서 2022년 3억6900만 달러(5444억원)로 늘더니 지난해 5억3100만 달러(7834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도 훌쩍 늘어 7억3100만 달러(1조700억원)로 예상된다. 매출 80%가 광고 제거나 화상 대화 서비스를 위해 유료 결제하는 구독자들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듀오링고는 202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2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가는 341.88 달러,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22조1900억원)다.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44% 올랐으며, 올해 저점인 8월5일 종가(158.85달러)에 비해서는 115% 상승했다.
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창업자. /사진=듀오링고 홈페이지 갈무리 |
폰 안은 듀오링고 창업 이전 화려한 실적을 쌓았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한번쯤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뜨는 왜곡된 모양의 글자 읽기 요청을 맞닥뜨렸을 것이다. 이는 '캡차'라 불리는 튜링 테스트(인간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한 시험)의 일종인데, 폰 안이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지도교수와 함께 고안해낸 것이다. 그는 야후 주최 강연에서 야후가 스팸 메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고안해 야후에 제안했다. 야후는 고맙다는 답장을 보냈지만 사례는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박사 과정을 끝내고 캡차와 비슷한 이미지 식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글에 200만 달러(29억원)에 매각했다. 빌 게이츠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것도 이때쯤이다. 폰 안은 거절하고 대학 교수 생활을 하면서 캡차의 두 번째 버전인 '리캡차'를 개발했다. 세상 모든 책을 디지털로 옮기겠다는 구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구글은 이 기술도 매입했다.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000만 달러(146억원) 이상일 것으로 짐작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