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러 방공 시스템에 격추
아제르 당국 예비 조사서 결론”
지난 25일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기체에 뚫린 구멍들. 총탄이나 파편 등에 맞은 것으로 보이는 구멍들 때문에 격추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이터 뉴스1 |
지난 25일 38명의 사망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일 가능성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 직후 러시아 측은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락 지점이 항로에서 크게 벗어났고, 여객기 기체에 많은 구멍이 뚫린 점 등으로 미루어 새 떼가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파편에 맞았다는 예비조사 결론을 내렸다고 26일 보도했다. 사고 당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여객기는 갑자기 항로를 변경해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이에 대해 WSJ는 예비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여객기를 자국 영공에서 우회시키고 GPS를 교란했다”고 전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여객기는 최소 75분 동안 일정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제대로 제어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팬시르-S 방공 시스템이 여객기를 손상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익명의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팬시르-S 시스템은 근거리 및 중거리 대공 방어용 무기 체계로,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요격하는 데도 쓰인다. 이 시스템이 여객기를 드론으로 잘못 판단해 격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여객기가 향하던 그로즈니 주변에서 최근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에 대응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 정부 지원을 받는 자유유럽방송은 “여객기가 이 지역에 있을 무렵 그로즈니에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다”고 했다. CNN은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여객기를 격추했을 수 있다는 징후가 있다”면서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으로 오인해 부주의하게 발포한 사례”라고 했다.
추락 여객기의 기체에서 발견된 구멍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 등에 따르면 여객기 꼬리 부분에서 총탄이나 파편 등에 맞은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러시아도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 “조사가 진행되기 전에 추락 원인을 추측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현재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가 참여하는 사고 조사 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탑승자 67명 중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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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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