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명백한 오보, 707 특임단 협조도 없어”
합참 “軍, 불필요한 도발 빌미될 훈련할리 없어”
홍장원은 본지 질의에 “잘못한 일 아니다” 답변
합참 “軍, 불필요한 도발 빌미될 훈련할리 없어”
홍장원은 본지 질의에 “잘못한 일 아니다” 답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KBS 뉴스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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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12·3 비상계엄 한 달 전에 백령도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풍선을 여러 차례 드론으로 격추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관련 작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군·정보 당국이 26일 각각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해당 보도에서 작전의 주도적 인물로 서술된 홍 전 1차장은 보도 내용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 당국과 국정원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반박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이날 <한겨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국정원이 지난 10월 말~11월 초께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의 협조를 받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일대에서 북한 쓰레기 풍선을 레이싱 드론으로 수 차례 격추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레이싱 드론은 빠른 속도와 민첩한 움직임을 위해 설계된 소형 드론이다. 1인칭 시점(FPV) 카메라가 장착돼 조종자가 드론의 시점을 실시간으로 보며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
<한겨레>는 홍 전 차장이 ‘평양 무인기’ 사태로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드론으로 북측 오물풍선을 격추했고, 당시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칭찬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적극 대응해 긴장 고조로 이어졌다면, 안보 위기를 핑계로 한 비상계엄 선포에 활용됐을 수 있었다는 해석을 제기했다.
서울 상공에 떠 있는 북한 쓰레기 풍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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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국정원은 “백령도에서 북한 오물풍선을 수 차례 격추했다는 금일 한겨레신문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적극 부인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 오물풍선을 격추한 바 없으며, 707특임단의 협조를 받은 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도 해당 보도를 이례적인 어조로 반박하며 선을 그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보도를 반박하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백령도는 그러한(오물풍선 격추) 훈련을 하기에 적합한 곳도 아니다”면서 “백령도에는 북한 오물풍선이 잘 오지 않는다, 오지도 않는 곳에 가서 그런 훈련을 왜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실장은 “707(특임단)은 드론으로 작전을 하고 그것을 훈련하는 부대가 아니다”면서 “(조작이) 잘못돼서 우리 지역을 넘어갈 수도 있고, 그렇다면 불필요한 도발이 빌미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훈련을 군이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의 ‘비선 핵심’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등을 통해 여러 ‘북풍(北風) 유도’ 정황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군과 정보 당국이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의혹을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보도의 ‘주인공’ 격인 홍 전 차장은 군·정보 당국과 달리 보도를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날 홍 전 차장은 해당 보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매일경제의 질문에 “잘못한 일이 아니다, 오물풍선을 그냥 온 서울 거리에 떨어지도록 두는 게 맞았을까?”라고 답변했다.
저공 비행 중인 레이싱 드론. [매경DB 자료사진] |
홍 전 차장, 의혹 보도에 “명백한 오보까지야...”
그는 보도에 언급된 △707특임단 협력을 통한 백령도 오물풍선 드론 격추 △본인의 해당 작전 주도 △관련 작전 대통령 보고 여부에 대해 재차 이어진 매경의 질의에 “(국정원이 언급한) 명백한 오보까지야…”라며 애매하게 답변했다. 그는 앞서 <한겨레>의 질문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다. 다소 와전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이와 관련, 군 일각에서는 홍 전 차장이 ‘북측 오물풍선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구체적인 작전이나 준비 상황에 대해서는 세세하기 알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홍 전 차장이 당시 ‘드론으로 오물풍선을 격추하는 방안을 강구해 실행하라’는 지시를 해놓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매하게 답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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