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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계엄법 위반 유죄' 벗는 데 44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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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법 위반' 故이소선 여사·전태삼씨, 재심 무죄

재판부 "위헌·위법적 계엄 포고령 효력 무효" 판시

44년 걸려 오명 벗었는데…또다시 '계엄 트라우마'

전태삼씨 "해제 직후 숨 돌려…청년 세대에 안도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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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계엄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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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으로 죄인처럼 살던 과거가 한꺼번에, 밀물처럼 밀려왔죠."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故이소선 여사가 44년 만에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법 위반' 징역형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열사 남동생 전태삼(74)씨도 이 여사와 함께 이번 판결로 오명을 벗었습니다.

이 여사와 전씨는 지난 1981년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징역 10개월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한 바 있습니다. 12·12 군사반란 이후 전두환 신군부가 선포한 '정치활동 및 집회·시위 금지' 비상계엄 포고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전씨는 오늘(26일) 취재진에 "어머님이 오랏줄(포승줄)에 묶여 군사재판을 받고 서대문형무소로 연행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면서 "어머니도 지금 다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2021년 이 사건 재심 청구를 접수한 법원은 지난 6일, 이 여사와 전씨 등 6명의 계엄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결정했습니다. 선고 당일 법정에 출석한 전씨는 판사가 30분 동안 판결 이유를 읽어내린 끝에 무죄를 발표하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조목조목 무죄 이유를 설명하시는 순간마다 눈물이 삐져나왔다"면서 "함께 탄압받으면서 계엄에 저항하던 동료들의 모습도 아른거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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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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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위헌·위법적 계엄 포고령의 효력이 사후에도 인정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재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면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계엄 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불법 계엄에 따른 오명은 44년이 지나서야 벗게 됐지만, '계엄 트라우마'는 여전히 온몸에 남아있습니다. 이번에 12·3 내란 사태로 생애 네 번째 계엄을 겪었다는 전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접하곤 곧장 국회로 달려 나갔다고 합니다.

그는 "더는 계엄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다시 그런 사태가 벌어지니 앞이 캄캄하고 옛 기억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면서 "국회 앞으로 달려 나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를 선언하는 순간에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고 돌이켰습니다.

동시에 전씨는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담장을 넘고 계엄 해제 본회의를 진행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군사정권 당시 그의 '성동구치소 동기'였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 계엄 저지 과정에서는 10·20대 청년들까지 한겨울 광장에 나와 한목소리로 계엄 해제를 외쳤습니다.

전씨는 "10대부터 40대까지는 계엄을 겪지 못한 세대인데도 거리로 나와 반대를 외치는 모습에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았다"면서 "우리가 지나온 날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밝은 미래로 이양할 수 있겠다고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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