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일 종로구 정부 서울 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한으로 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할 때 이사회가 주주이익을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상법은 국내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어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 김 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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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국내 경기는 ‘불확실성’이라는 소용돌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계엄령 발표 후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5차례 연달아 열어 대내외 메시지를 냈지만, 환율과 주식 시장에서 불안을 걷어내는 데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극복을 위해 1년 내내 진행한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이 사실상 연말까지도 큰 효과를 못 본 가운데 한국 증시는 계엄령 발표 후 충격과 수급 부담에 시달려왔다. 코스피는 한때 2400선마저 붕괴돼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시가총액도 지난 3∼20일 약 89조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 역시 약 3조2900억원을 순매도해 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4.25~4.5%로 결정한 뒤 원·환율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당시 FOMC를 주재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우리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치 못하게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금리 인하를 보류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 금리 조정의 ‘폭(extent)’과 ‘시기(timing)’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추가 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처럼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에서 108선으로 올라 강세를 띠었다.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S&P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2.58%, -2.95%, -3.56% 규모로 일제히 하락했다.
그 여파로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해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기준 1451.9원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역시 1.9% 안팎 하락했다.
계엄령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이 닥치지 않았더라도 우리 경제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은행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예측했고, 2025년과 2026년 전망치도 1.8%로 내다보면서 본격적인 장기 저성장을 예견한 바 있다.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기준 0.1%에 그쳤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전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가 전달보다 0.3% 감소한 113.0에 그쳤다.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동시 줄어드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나 내수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과 법인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거의 10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더해 법무부·행정안전부·국방부 장관 등 국무위원 5명이 직무정지 및 공석(여성가족부 장관) 상태이고,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치안, 감독·감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행정부는 수장 탄핵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다. 경제부처 수장을 포함한 다수의 국무위원 역시 계엄사태로 참고인 조사 또는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일반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국무회의 상정 및 통과,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정부 리더십 붕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비롯한 자본시장 경색, 물가 상승, 서민경제 악화 등 경제위기 도화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재계가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현실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에 대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며 개정 의지를 드러냈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의 이사가 주주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민주당 안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명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시행하게 된다. 이에 재계는 국내외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아 경영에 더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협력을 위한 접점을 찾는 한편 관세정책에도 대응해야 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현실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쉽게 예측하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에서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의 세심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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