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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내년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이번 예고는 '인하'를 명시한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장 내년 1월 금리 결정부터 관심이 몰린다. 다만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환율·물가·집값만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일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의결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더 내리겠다고 한 배경은 물가상승률 안정화와 내수 경기의 하방리스크 확대다. 핵심 정책목표인 '물가안정'을 달성했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내수진작이 한국은행법엔 명시돼 있지 않지만, 한은은 '금융안정'과 '물가안정'보다 경제 회복을 더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 국면에서 금리를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오래 유지하면 잠재성장률이 훼손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대인 물가 상승률이 내년 하반기까지 목표치인 2%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올해 하반기(7∼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대비 1.1%포인트(p) 떨어진 1.8%에 그쳤다.
반면 경제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기존 2.1%였던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8%, 1.7%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 수출 경기마저 악화됐고,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삭감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데 이어 11월에도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3.5%로 장기간 동결됐던 기준금리는 두 차례 연속 내려가면서 3.0%까지 떨어지게 됐다.
정형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한국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25년 하반기일 것"이라며 "11월 통화정책 결정이 시장 컨센서스를 앞서는 등 향후 경제전망을 감안한 선제적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 기준금리 인하는 상반기 50bp, 하반기 25bp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제학자 등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리인하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융안정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기업들의 조달여건 악화로 이어져 결국 내수 경기도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한은은 내년 경기 하방압력이 더 커졌다고 판단해 일단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한은이 고환율을 용인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은은 물가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고환율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고 경기부양은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돈이 없어서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내리면 외환에 문제가 생기고, 외환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면 수출과 수입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건 시장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한미간 금리 역전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를 내려야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동결을 유지하다가 정말 경기가 매우 나빠졌을 때 빅컷을 단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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