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과 옥시 관계자들 사이 의사연락 없어"
MIT·PHMG 등 다른 성분 간 인과관계 새로 심리
법정에서 번복된 책임 공방…대법, 파기환송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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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고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이고, 이 사건의 제품 주원료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로 성분과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다”며 “피고인들 사이에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이 사건의 형사책임을 다시 원점에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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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심은 “CMIT·MIT와 피해자들의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것은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홍·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11명도 금고 2년~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또 “2002년 가습기메이트, 2006년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출시 결정 과정에서도 의문이 제기됐어야 했다”며 “피고인들은 질문을 하지 않거나 회피했고, 어떤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를 결정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분이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회사와의 공동정범은 성립하기 아렵다고 봤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98명의 사망 또는 상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의 형사책임은 다시 심리를 거치게 됐다.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만으로 복합사용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공소시효가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면소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2011년 4~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임산부들이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올해 11월 30일 기준 피해 지원 신청·접수자는 7977명으로, 이 중 1883명이 사망했다. 앞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는 2018년 1월 같은 혐의로 징역 6년이 확정된 바 있다.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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