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위험요인' 글로벌 빅테크의 자체 진단
빅테크별 R&D 규모와 매출 대비 R&D 비중/그래픽=최헌정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AI(인공지능) 거품'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많게는 수백조 원을 AI R&D(연구·개발)에 투자한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AI의 수익기여가 불확실한 데다 예상 밖의 악재도 돌출할 수 있는 만큼 'AI의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는 자체진단이다.
25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공개한 '글로벌 빅테크의 AI투자고민'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 스스로 AI 투자의 위험요인을 알리는 사례가 늘었다. 실제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등 AI 투자를 주도해온 빅테크의 '2024년도 연례재무보고서'를 살펴보면 빠짐없이 위험요소로서 AI를 언급했다.
메타는 "제품 전반에 AI를 도입하는데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수익창출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고 앞으로도 인프라 및 인력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또 "AI 개발·배포에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고 AI 사용이 당사의 제품·서비스를 향상하거나 효율성과 수익성 등에 도움이 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재무보고서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AI 인프라를 제한적인 공급업체에 의존한다. 이는 안정적인 AI기술과 제품·서비스의 개발·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위험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엔비디아 의존도 심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경쟁격화를 우려했다. MS는 "일부 경쟁사가 최종 사용자에게 AI 모델을 거의 무료로 오픈소스를 배포하고 광고 또는 통합제품·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며 "특히 일부 오픈소스 제품은 당사 제품의 특징·기능을 모방했다"고 밝혔다. 이는 LLM(거대언어모델) '라마'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메타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AI 개발·사용에 따른 기업평판의 손상 가능성에 주목했다. 구글은 "AI 사용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해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의도치 않은 유해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투자와 노력에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챗GPT를 출시한 오픈AI 등 '속도'에 무게를 두는 AI 스타트업을 견제하고 빅테크로서 '책임감'을 강조해온 구글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GPU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엔비디아는 각국 정부의 규제 가능성을 우려했다. 엔비디아는 "각국 정부와 규제당국이 프런티어 기반 모델과 생성형 AI 개발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시스템에 대한 제한을 고려한다"며 '과세, 무역제재, 수입관세 부과 또는 인상, 수입·수출제한 통제, 기타 보복조치 등'을 부정적 변수로 꼽았다.
글로벌 전문기관과 석학들도 AI 투자의 '거품'을 우려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7월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의 AI 투자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이 불확실하다"면서 이들 모두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런 아세모글루 MIT 경제학과 석좌교수도 지난 10월 "AI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간 너무 많은 투자금이 쏠린 만큼 경제적 충격이 클 수 있다"면서 "앞으로 10년간 AI가 대체하거나 적어도 크게 보조할 준비가 돼 있는 일자리의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했다.
NIA는 이같은 위험요인들이 AI의 미래가치와 현재까지 나타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국가단위 또는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가 경쟁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AI 운영에 필수인 인프라와 전력 등에 대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전진우 NIA AI정책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이미 AI에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지만 앞으로 투자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국가·기업·개인이 부담하는 위험 역시 확대되는 만큼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