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보살' 노상원 점집 찾아가보니
“아예 문을 닫아버렸나?" “응, 닫아버렸어.”
25일 오후 ‘12·3 비상계엄’ 사전 모의 혐의를 받고 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이 무당의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점집 앞 골목은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간혹 행인 중 일부는 이곳이 노씨가 머문 곳이라는 것을 아는 듯 힐끔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멈춰 서 건물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북 문경 출신인 노씨는 대전고를 나와 1981년 육군사관학교에 수석 입학했다. 하지만 노씨는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재임 당시 성추행 의혹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이후 노씨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한 다세대 주택에 위치한 점집에 머물며 ‘아기 보살’로 불리는 여성 무속인과 함께 동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아기 보살은 3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점집을 운영했다. 당시 용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기 보살에게 점을 보려는 사람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했다.
노씨가 아기 보살 일을 돕는다는 얘기가 돈 건 몇 년 전부터라고 주민들은 귀띔했다.
점집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주민은 “(노씨가) 무당 밑에서 짐을 들어주고 하는 일을 한 것 같았는데 (아기 보살과) 같이 차 타고 가는 걸 자주 봤다”며 “(노씨가) 점집에서 같이 지냈는지, 출퇴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동네를) 왔다 갔다 했다”고 행적을 전했다.
점집은 노씨가 계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재 문을 닫았다. 한 주민은 “얼마 전 신문·방송 기자들이 골목을 꽉 채울 정도로 취재를 왔다. 그 뒤로 아기 보살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실제 점집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만 건물을 가득 채운 향냄새와 문 옆에 가득 쌓인 말린 북어 더미, 문에 붙은 붉은색 ‘만(卍)’자는 이곳이 점집이었다는 걸 짐작하게 했다.
또 계단 아래 작은 창고 공간에는 제사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향초 상자와 초, 막걸리·소주병이 가득 쌓여 있었다.
노씨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이번 계엄을 기획한 ‘비선’으로 지목됐다.
노씨는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과 계엄 당일인 3일 경기 안산 소재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령부 소속 대령 2명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5일 노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 점집에서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군부대를 배치할 목표지, 군부대 배치 계획 등이 적힌 수첩 한 권을 압수했다.
수첩에는 정치인을 비롯해 언론인, 노조 등을 ‘수거 대상’으로 지칭한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 18일 노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24일 노씨를 내란 혐의로 수감된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했다.
아주경제=안산=안수교 기자 hongsalam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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