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바닥권 코스피·코스닥 자금 빼
가상자산 보유금액도 102.6조 달해
상하한가 없어 큰 변동성 활용 단타
단기간에 크게 올라...리스크 우려
K씨는 "미국 주식은 시차 때문에 야간에 거래를 해야 하지만 장기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에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보다 마음이 더 편하다"며 "가상자산 역시 급등락을 거듭해 신뢰가 없었지만 국내 증시보다는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해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해 미국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이달 들어 1127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164조원 규모다.
가상자산 보유 금액도 102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월만 해도 58조원 수준이었지만 두 달 동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1559만명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수는 14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연일 바닥권인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고객의 MTS 이용 양상에도 이런 추세가 반영됐다. KB증권 MTS인 마블에서 11월 해외 주식 고객 수를 집계한 결과 올해 1월에 비해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해외 주식 약정 금액은 118% 증가했다. 약정 금액은 주식 매매 총 거래대금을 의미한다.
순매수 금액이 가장 큰 종목은 테슬라(6억3161만 달러)였다. 이어 팔란티어(4억2048만 달러), 뱅가드 S&P 500 ETF(3억1112만 달러), 슈왑 미국 배당주 ETF(1억6964만 달러), 브로드컴(1억5307만 달러), 아이셰어즈 미국 단기국채 ETF(1억3449만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상하한가 제도가 없는 미국 증시의 큰 변동성을 활용해 단타(단기투자)에 나선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24일 기준 해외 주식 거래 회전율 상위 5개 종목은 디렉시온 중국 FTSE50 지수 인버스 3배 ETF(2.6%), T-Rex 엔비디아 레버리지 ETF(2.1%), 그라나이트셰어즈 엔비디아 인버스 2배 ETF(1.1%), 디렉시온 중국 FTSE50 지수 3배 ETF(0.5%),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인버스 2배 ETF(0.5%) 등으로 기초자산 수익률을 역방향 혹은 정방향 2~3배로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을 정부는 물론 우리 산업계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더 악화하며 기업들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투자 시기를 놓치는 등 근본적인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와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재무건정성이 우량한 달러, 미국 증시 등 ‘퀄리티자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지는데 코스닥 시장은 건전성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안선영·류소현 기자 asy72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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