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서를 주로 번역해 국내 출간하는 출판사 상당수가 고환율과 번역서 인기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앓고 있다.
환율도 경영을 옥죄는 변수지만 번역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출판사의 보폭을 좁히는 원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출판시장에서 번역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0%, 2014년 21.8%, 2023년 17%로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철학과 역사 관련서를 제외하면 어학과 문학, 기술과학, 사회과학 서적 번역물 수는 크게 줄었다. 국내 독자들이 더 이상 번역물에 열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교보문고나 예스24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나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톱10 상위권에 간혹 진입할 뿐 외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신형식 에릭양 에이전시 이사는 "서구에서 낸 리더십이나 유명인의 책들이 더 이상 국내 독자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에 경영 패러다임이 바뀐 데다 젊은 2030 독자 역시 거대 담론이나 사회 이슈보다 개인적인 관심사를 파고들다 보니 우리나라 현실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K팝, K문화가 다른 국가를 앞서가 서구 콘텐츠가 더 이상 참신하지 않고 국내 트렌드를 잡아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 문학 붐이 일고 있지만 이 특수를 누리는 출판사는 문학동네와 창비, 문학과지성사 3곳뿐이다.
다른 실용서 출판사들은 높은 선인세를 내고 출판했다가 실패를 거듭하자 국내 저자나 인기 유튜버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팬덤을 가진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를 공략해 기획도서를 내는 것이 내용은 부실할지언정 타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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