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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미술의 세계

흔들리는 것이 물인가, 산인가···‘영상의 구도자’ 비올라의 사후 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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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비올라 ‘무빙 스틸니스’

지난 7월 사후 국내 첫 전시

백남준 조수 등 거치며

‘비디오아트 거장’ 올라 대중적 인기도

물과 빛으로 삶과 죽음 등 표현

경향신문

빌 비올라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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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웅장한 산맥이 우뚝 솟았다. 사실은 전시장 바닥 물웅덩이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산의 영상이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 물을 휘젓는다. 보통 산은 견고하고, 일렁이는 것은 물결이다. 그런데 이번엔 산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스크린 속 산의 모습은 물에 투사한 영상이 반사된 것이기 때문이다.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1951~2024)의 ‘무빙 스틸니스: 마운틴 레이니어 1979’(1979)다. 미국 워싱턴주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레이니어산, 불변할 것 같은 견고한 산을 비올라는 끊임없이 변하고 유동하는 이미지로 만들었다. 비올라는 “산이라는 이미지는 견고하고 변함없는 상수의 성격을 띠는 것 같지만, 사실 일련의 요소들이 그 순간 우연히 맞아떨어진 결과일 뿐이며, 각 변수는 독립적이고 끝없이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선불교의 영향을 받기도 한 비올라는 고정된 실체란 없고 모든 것이 관계에 따라 변한다는 불교적 메시지를 물결에 반사된 빛과 함께 신비롭게 흔들리는 산의 환영을 통해 전한다. ‘영상의 구도자’라는 수식어가 과연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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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비올라 ‘Information’(1973).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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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세상을 떠난 비올라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비올라 사후 한국에서 열리는 첫 전시로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된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06년 작까지 총 7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비올라는 ‘백남준의 조수(제자)’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뉴욕주 시러큐스 에버슨 미술관에서 비디오 기술자로 일하며 1974년 백남준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 전시 중인 ‘과달카날 레퀴엠’의 촬영을 담당하기도 했다.

비올라는 비디오를 통해 삶과 죽음, 초월적 세계, 내면의 정신적 세계를 담아내는 구도적이고 시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대중적 인기도 높아 2017년 빌바오 구겐하임에서 열린 개인전엔 71만 명이 찾아 미술관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관람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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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비올라 ‘The Reflecting Pool’(1977~9/1997).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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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물과 관련된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리플렉팅 풀’(1977~1979)은 연못가에 선 남자가 물에 뛰어들기 위해 도약하는 순간, 그에게만 시간이 멈춘 듯 허공에 몸을 동그랗게 만 자세 그대로 정지된다. 하지만 수면 위의 시간은 그대로 흘러간다. 물결이 일렁이고, 나뭇가지가 움직인다. 시간의 비선형성, 삶과 죽음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 비올라는 6살 때 연못에 빠져 익사할 뻔한 적이 있었다. 공포스러운 트라우마가 될 경험이 비올라에겐 예술적 원형이 됐다. 비올라는 “푸른 세상, 작은 사물들의 움직임, 한 줄기 빛···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전시장에선 기술적 오류로 비정상적 신호가 포착된 TV 화면을 담은 초기작 ‘인포메이션’(1973),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작가로 선정돼 선보인 ‘인터벌’ 등을 볼 수 있다. 내년 1월26일까지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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