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산업 내 신약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개발 기간 단축, 연구개발(R&D) 생산성 극대화 등의 효과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기업과 손잡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최근 미국 AI 신약 개발사 ‘슈뢰딩거’와 이 회사 플랫폼(시스템 구성 체계)을 활용한 신약 공동개발을 체결했다. 총계약 규모는 23억 달러(약 3조2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앞서 AI를 R&D 생산성 향상의 핵심 도구로 명시했다. AI를 신약개발 전 과정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불과 46일 만에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인 ‘INS018-055’를 발굴했다. 이후 AI 설계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IPF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도 도출해냈다. 2026년 1분기에는 추가적인 데이터 검증도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실제 판매까지 이뤄진다면 AI 신약개발을 통해 상업화에 성공한 첫 번째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AI 신약개발 도입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고 있다. 신약 이익은 주는데,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딜트로이트는 신약의 예상 매출액 규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 예상 최대 매출액도 2013년 평균 5억2000만 달러(약 7500억원)에서 작년 3억6000만 달러(약 5200억원)까지 줄었다고 봤다. 반면, 신약개발 비용은 9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추세다.
AI 신약개발은 이를 타개할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는 신약개발에 AI를 접목하면 기존보다 절반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AI 기반 신약 기업 ‘리커전 파마슈티컬스’는 임상시험계획(IND)까지 개발 시간도 통상 30개월 수준에서 10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AI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아군 확보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AI 기반 치료 반응성 예측 플랫폼으로 유한양행이 보유한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미약품은 아이젠사이언스와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첨단 AI 기술로 임상 단계에서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동아에스티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심플렉스와 신약개발을 함께 진행 중이다.
자체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경우도 있다. 대웅제약은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종의 분자 모델을 자료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낸다. JW중외제약도 AI 신약 R&D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자체 구축했다. 최근 가동을 본격화하고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에 나섰다.
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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