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조사 착수… 보복 관세 전망
中. 파운드리부터 메모리까지 韓 추격 고삐
트럼프 2기 이후 D램 가격도 안정화 기대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규제에 나선 미국이 그 범위를 레거시(범용) 제재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에게 쫓기고 있는 한국 반도체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의 반도체 지배를 위한 행위, 정책,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USTR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 및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는 등 광범위하게 불공정하고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낮은 가격의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미국의 경제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조사에서 중국의 행위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며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는 사실이 드러나면 미국 정부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무역 관련 조사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사 후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미국의 규제 강화는 중국에게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희소식이다. 이번 레거시 제품 조사는 메모리 반도체의 3대 수요처인 PC, 모바일, 서버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번 규제가 시작하면 그 범위도 향후 차츰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산업을 키워왔다.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청구액 303억8000만 달러 중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129억3000만 달러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비교적 진입하기 쉬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의 성숙 공정 노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4%에서 2023년 18%로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3분기 6%로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6위 화홍반도체(2.2%)와 합치면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점유율은 8.2%로, 삼성전자(9.3%)와 1%포인트(p) 차이에 불과하다.
중국 메모리 시장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XMT의 D램 생산능력(CAPA)은 올해 월 20만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2년 월 7만장 수준에서 2년 만에 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중국의 성장으로 레거시 시장의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메모리 업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넉 달 새 35.7% 하락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중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D램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대상으로 관세를 올리면 국내 메모리 기업의 대미 반도체 수출 감소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팹이 양사의 메모리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4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팹을 활용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이성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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