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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연말연시에 박정희 동상 지켜라” 특명…불침번 근무 세우는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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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동대구역 광장에 지난 23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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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지역 대표 관문인 동대구역에 설치한 ‘박정희 동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불침번 근무’를 세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의 제막식을 개최한 지난 23일부터 동상 감시를 위해 불침번 근무를 편성했다. 해당 근무는 오는 1월3일까지 예정돼 있으며,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이어진다.

불침번 근무는 박정희 동상을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세워둔 차량 안에서 3명이 1개조로 진행하게 된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근무는 대구시 행정국 소속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임한다. 다만 대구시는 3명이 함께 근무를 서는 만큼, 중간에 휴식도 적절히 취하면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구시는 산하기관인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 공공시설물(동상) 방호 업무를 맡아줘야 하지만, 공단에 전담 인력이 없어 대구시가 직접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동상 설치)초기에 공공시설물을 안전하게 방호하기 위해서 야간근무를 편성하게 됐다. 이는 행정의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성탄절에 이게(불침번 근무) 맞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초기에는 이러한 사전적 계도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지난 22일 동상 뒤쪽에 분필로 쓴 문구. 연합뉴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한 뒤 하얀 천으로 덮어뒀다. 이후 23일 동상 제막식을 열고 완성본을 공개했다. 동상은 높이 3m로, 예산 약 6억원이 투입됐다.

동상 설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지역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22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은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시민이 동상 뒤쪽 표시석에 새겨진 ‘박정희,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이라는 소개 문구 옆으로 “독재자”, “X새끼”,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 등의 문구를 분필로 쓰기도 했다.

대구시는 이처럼 설치 초기에 동상 훼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는 세금을 들여서 만든 시설물이 초기에 손상될 경우 행위를 한 시민이 손해배상 등을 물어야 하는 문제 등도 있기 때문에 미리 막을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현재 동대구역 광장에는 50여개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박정희 동상 설치 당시 동상만을 비추는 CCTV 4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다만 대구시는 CCTV는 ‘사후적 조치’인 만큼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안중곤 국장은 “(불침번 근무는)홍준표 시장의 지시는 아니고 자체 회의를 통해 나온 의견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박정희 동상 불침번 근무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연말연시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 지키려고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은 1965년 가을, 박 전 대통령이 추수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제막식에서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언제나 공과가 있다. 공이 있다면 그 공도 기려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거다”며 “신경 쓸 거 없다. 저래 해본들 아무 소용없다. 시민들은 70% 이상 찬성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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