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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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내란 세력에 대한 대대적 수사와 신속한 탄핵 절차 진행으로 불안정한 ‘내란 정국’을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하려던 야권의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야권이 요구해온 ‘쌍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계엄 국무회의 참석 등 내란 연루 의혹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압도적 여론이 요구하는 수사와 탄핵 절차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 대행이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자 야권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체 한덕수가 왜 저러는가’를 두고서도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여러 관측이 나왔다.
일부에선 한 대행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내란에 깊숙이 연루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내란 공범으로서 처벌받을 기로에 서 있지 않나. 주어진 역할을 잘 이행한다고 해도 추후 선처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시간을 끌면서 결국엔 윤 대통령을 돕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헌법과 법에 따라서 판단하겠다는 말은 ‘내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평생 공직 생활을 해온 사람인데 마지막에 내란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느니 최소한 보수진영에서 자신의 명예를 어떻게 지킬지 그 고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마치려다가 막판에 보류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26일까지 한 대행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도 한 대행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탄핵안 발의를 늦춘 건 최대한 인내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탄핵의 명분을 더 쌓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행의 탄핵은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는 것이어서 민주당도 고민이 가볍지만은 않다. 만약 한 대행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당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은 “최 부총리는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 대행에 견줘서는 나아 보이나 특검법 수용 여부는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고 우려했다. 특검 후보 추천 권한을 야당에만 부여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위헌 요소’가 있다는 정부의 공식 의견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가결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12·3 내란사태라는 위법 사유가 발생한 만큼 국무총리 신분을 기준(151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 견해다. 물론 국민의힘은 한 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통령을 기준(200명 이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결 정족수에 대한 일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입법조사처가 의견을 낸 걸로 알아서 그런 점 등을 참고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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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솔 기민도 장나래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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