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노상원 역할은… 警 “계엄 2인자” 檢 “단순 조언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찰·검찰 왜 다르게 보나

조선일보

검찰로 송치되는 노상원 前 정보사령관 -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오른쪽)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논쟁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노씨가 비상계엄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보한 노씨의 60페이지 분량 수첩에선 ‘국회 봉쇄’ ‘정치인 사살’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문구가 나왔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노씨가 비상계엄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등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 이은 ‘계엄 2인자’ ‘참모장’ 역할을 수행했다고 본다. 반면, 검찰은 노씨가 계엄을 주도했다기보다는 김 전 장관을 밖에서 돕는 ‘비선’ ‘조언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4일 노씨를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경찰 “계엄 2인자” 검찰 “김용현 조언자”

경찰이 노씨를 계엄 2인자로 보는 주된 근거는 노씨 수첩에서 계엄 정당성 확보를 위한 ‘북풍 공작’과 주요 정치인 체포 계획 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노씨가 ‘NLL에서 북한의 공격 유도한다’는 계획을 수첩에 적은 점, 비상계엄 당시 정보사가 북파 공작 부대(HID) 동원을 검토한 점 등을 북풍 공작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본다. 경찰은 또 노씨가 수첩에 정치인·언론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체포 계획을 적으며 ‘사살’이란 문구까지 쓴 점도 주목하고 있다. 계엄 당시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 시도가 노씨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군이 실제 북풍 공작을 계획했다는 증거가 없고, 정치인 ‘사살’을 시도한 정황도 아직은 없다고 보고 있다. 계엄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주요 요인 14~15명 체포를 시도하긴 했지만, 이들에 대한 사살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은 없었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동원한 방첩사·특전사·수방사 지휘관들의 역할이 노씨보다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내란죄 핵심은 폭동인데, 수첩에 아이디어를 메모한 것만으로 폭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경찰 “계엄 실행자” 검찰 “외부 지원 인력”

경찰은 노씨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내에 일종의 별동대 격으로 ‘수사2단’을 만들어 선관위 서버 확보와 직원 체포를 맡기려 하는 등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국방부 압수 수색에서 60명의 수사2단 명단이 적힌 ‘인사 발령 문건’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2단’이 실제로 구성되지는 않은 점, 민간인인 노씨에게 병력 지휘권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노씨를 계엄의 ‘실행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대신 검찰은 정치인 체포에 실제 동원된 방첩사·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씨는 외부 지원 인력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노씨가 계엄 날짜도 점지했을까

일각에선 노씨가 계엄 날짜로 12월 3일을 점찍어 김 전 장관에게 알려주는 등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씨는 계엄 2~3달 전쯤 김 전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운이 트이니까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가 계엄 날짜를 12월 3일로 정하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노씨를 직접 조사한 경찰, 계엄 관련자 다수를 조사한 검찰 모두 “노씨가 계엄 날짜를 점지했다는 진술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검찰의 추가 조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검찰 선관위 장악 연루’ 놓고 검경 신경전

한편 검찰과 경찰은 24일 계엄 당시 군의 선관위 장악 계획에 검찰이 포함됐는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계엄 당시 선관위에 투입됐던 일부 방첩사 관계자에게서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이니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방첩사는 검찰에 계엄과 관련해 어떠한 요청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계엄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방첩사의 체포조 지원 요청에 응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유종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