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추구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넘어, 권력을 이용해 감정적 보복을 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인물이나 광적인 지지자를 편애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2022년 7월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법인세를 포함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경제 성장, 세수기반 확충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세가 경제 성장의 마법이라는 것은 전통적인 보수의 수사로 이해할 수 있으나, 당시 정권의 행보를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최근 내란 사태에서 드러난 보수 세력의 행태를 고려하면, 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정적 보복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가경제보다 전 정권을 극도로 증오하는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과 극우 유튜브의 반응을 더 신경 썼다는 것이다. 당시 극우 유튜브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나라의 재정을 탕진해 한국이 남미의 베네수엘라처럼 될 것이라고 과장되게 선동했었다.
이런 추측은 과하지 않다. 현 정권은 감세정책을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2022년 추 부총리는 감세효과에 대한 질문에 법인세 인하가 장기적으로 3.4%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짧은 보고서를 언급했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핵심정책 근거로 삼기엔 부실했다. 무엇보다 현 정권 들어 새로 뭘 분석한 것이 없는 예전 분석 결과의 재탕이었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가 국제적 추세라며 미국, 영국, 프랑스를 언급했으나, 당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안으로 대기업에 최소 법인세율 15%를 도입해 사실상 증세를 시행하고 있었다. 미국의 정책도 확인하지 않고 여당 원내대표가 이를 국제적 추세라며 국회에서 당당히 주장한 것이다. 준비가 없으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 부총리는 2022년부터 “2023년 상저하고”를 외치며 상반기 경제는 나쁘지만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측이 틀린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는 매우 비판받아야 할 행보다. 경제정책 수장은 시장심리 기대조정(expectation control)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시장의 기대는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부총리가 지속적으로 코스피가 500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추 부총리는 사실상 그와 같은 무책임한 발언을 지속한 셈이다. 이후 2024년 그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었고, 원내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이 모든 과정은 추 부총리가 시장 상황이 아니라 윤석열의 심기만을 경호했다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윤석열이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갖고 떡볶이까지 함께 먹은 일의 퍼즐도 어느 정도 맞춰졌다. 극우 유튜브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재벌의 재산을 몰수하려 한다며 끊임없이 선동했고, 윤석열은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는 유튜버들에게 “나는 문재인과 달리 재벌 총수들과 친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사익을 위한 이벤트에 재벌 총수들을 동원한 이상, 그들에게 뭔가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최근 상법 개정 논의에서 드러났다. 윤석열은 연초에 일반주주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으나, 재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상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노골적인 사익추구에 국장만 추락했다.
한국의 보수는 국가운영에서 손을 떼고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들은 거대한 사익추구집단이기도 하지만,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 8월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연찬회에서 “민주당이 개최한 세미나와 간담회 횟수를 합치면 3517회인데 국민의힘은 2021회에 불과하다. 기자회견장 이용 횟수도 민주당은 846회, 국민의힘은 354회로 절반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의원 중에 전화 안 되는 의원님들 꼽으라고 하면 다 꼽을 수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들은 공부도 안 하고 활동도 안 하면서 전화까지 안 받는다.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희망은 없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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