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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탄핵은 대통령만 당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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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의 음식점 밀집 거리의 한 상점에 송년회 예약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외식과 숙박업자 두 명 중 한 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1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계엄·탄핵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전체의 46.9%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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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 작가



우리나라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2분기부터 지금까지 무려 10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10개 분기는 무려 30개월, 2년 반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대유행의 터널을 막 벗어나려 할 무렵부터 시작해서 무려 2년 넘게 지갑을 닫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찾아온 대대적인 물가 상승을 고려하였을 때, 소매판매액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을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혹독했을 것이다.



10개 분기 연속 소매판매액 지수 감소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래 최악의 수치이다. 국난이라고까지 불렸던 1997년 외환 위기 때에도 97년 4분기에서 98년 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감소에 그쳤고, 전반적인 내수 침체를 일으켰던 2002년의 카드 대란 때에도 2003년 1분기에서 4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에 그쳤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그해 4분기부터 이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감소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내수 경기 침체 상황은 외환 위기와 카드 대란, 그리고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우리 경제가 겪어왔던 모든 어려움들에 뒤지지 않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내수 침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소매판매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자영업자의 경제가 지금도 붕괴 직전까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는 취업자 대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외환 위기 이후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연금을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노후 대비가 막막해진 중장년층이 지금도 자영업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자영업자는 빈곤율도 임금근로자보다 높고, 오직 생존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내수만이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간 한국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 역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023년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던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최근 들어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배터리 등 수출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이어질 전방위적인 보호무역 압력, 우리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수출 전망은 한층 더 어두워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12·3 내란사태는 한국 경제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본디 12월은 각종 송년회와 모임, 성탄절 등으로 인한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달이다. 하지만 통계청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 자료를 보면, 계엄이 발발한 12월 첫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액(신한카드 데이터 기준)이 계엄 직전 주 대비 무려 26.3%나 감소했다고 한다. 연말을 맞아 매출의 일시적인 상승이라도 노려야 할 자영업자들이 계엄령과 탄핵소추가 이어지는 정국에 송년회 취소 등이 겹치며 매출 감소로 신음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전혀 반성이 없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은 여전히 몇몇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일 뿐인 부정선거론을 계속해서 언급하며 탄핵 심판 관련 서류의 수령조차 거부하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여당의 중진 의원들은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가능하나,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불가능하다’라는 자가당착의 논리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의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임명 방해 행위는 자기 당 출신의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민생의 구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얼마 남지 않은 그들 스스로의 정치적 생명을 꾸역꾸역 이어가기 위한 덧없는 노력일 뿐이다.



탄핵은 대통령만이 당했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경제 역시 ‘탄핵’을 당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탄핵과 ‘경제의 탄핵’은 다르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그의 불법 행위로 인해 적법한 권한이 있는 국회에서 가결된 것이지만, 경제의 탄핵은 무려 대통령이라는 자가 반헌법적 계엄이라는 행위로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 반헌법적 행위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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