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수사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먼저 받고 싶다 했지만, 그렇다고 헌재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헌재가 보낸 문서 수령을 수차례 거부했고, 24일이 시한인 계엄선포 전 국무회의·포고령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우지만, 결국 재판·수사 모두 지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 지연 전략도 구차할 따름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증거를 조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하려는 속셈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수하들이 줄줄이 구속됐는데, 그 수괴는 혼자서 호위호식하며 버티는 꼴 아닌가.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헌재 파면 후에 본격 수사가 진행됐다고 하지만, 그때와 대통령도 현행범이 되는 내란죄 수사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의 국정농단은 윤석열이 저지른 헌정 질서 파괴와 견줘 애교 수준이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거짓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명태균씨 휴대전화 통화 내용에 따르면, 윤석열 부부가 2022년 5월9일 김영선 전 의원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하라고 윤상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분명하게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누구에게 공천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대통령 부부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실도 또 하나의 탄핵 사유가 된다.
윤석열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은 국회 탄핵소추를 모면하려는 대국민 허언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헌재는 윤석열의 지연 전략에 휘둘리지 말고 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공수처는 소환 통보에 불응하는 피의자를 통상적인 절차에 준해 체포부터 하기 바란다. 윤석열이 알량한 법 기술로 국민을 농락하려 든다면 뒷날 받을 죄과만 더 커질 뿐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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